▶ 영어 못해도 ‘본인 통화’
▶ 사무실 직접 방문 의무화
▶ 몇 시간씩 기다리기 일쑤
▶ “민원 너무 어렵다”분통
![[집중취재 - 문턱 너무 높은 SSA] 사회보장국 방문 ‘하늘의 별따기’ [집중취재 - 문턱 너무 높은 SSA] 사회보장국 방문 ‘하늘의 별따기’](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7/03/20250703213315681.jpg)
연방 사회보장국(SSA)에서 민원 서비스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LA 한인타운 내 사회보장국 사무실 앞에 한인 등 민원인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연방 사회보장국(SSA)에서 민원 서비스를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SSA가 사기 방지를 명문으로 수혜자들에게 방문 예약 후 지역 사무소를 직접 방문하도록 정책을 변경하면서, 영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고령·취약계층 민원인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화 예약은 대리 통화가 불가능하고 통화 연결까지 수 시간 이상 기다리는 일이 빈번한 가운데, 결국 예약 없이 워크인으로 사무실을 찾아가도 오랜 대기 끝에 돌아서야 하는 현실에 민원인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SSA는 사기 방지를 명분으로 신원 확인 강화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급자들은 기존의 전화 인증 대신 지역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하게 됐다. 당시 SSA는 “더 강력한 신원 확인 절차를 통해 사기성 청구를 방지하고 사회보장 급여와 기록을 보호하겠다”고 명분을 밝혔지만, 고령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겪을 불편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었다. 그리고 이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치노힐스에 거주하는 50대 김모씨는 최근 글렌데일에 혼자 살고 있는 80대 노모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지병으로 병원 방문이 잦은 노모가 진료를 마친 뒤, 병원 측으로부터 “메디케어 혜택이 유효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회보장국(SSA)을 직접 방문해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하자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김씨는 반차를 내고 SSA 사무실을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전 예약을 시도했다. 예약 역시 평일에만 가능해 근무시간 중에 SSA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야 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넘도록 연결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콜백 기능을 신청했고, 약 두 시간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연결된 SSA 직원은 통화가 시작되자마자 김씨에게 본인 여부를 물었다. 김씨가 “80대 노모를 대신해 예약하려고 한다”고 설명하자, 직원은 “예약은 반드시 본인과 직접 통화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영어 소통이 어려워 돕고 있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지만, 직원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본인이 아니면 예약은 불가하다”는 원칙만 반복했다. 김씨가 “노모와 따로 살아 다시 통화를 시도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은 “규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김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LA 한인타운 인근 SSA를 예약 없이 방문했다. 수요일 오전, 사무실 앞에는 예약자와 비예약자 두 줄의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김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LA 한인타운 인근 SSA 사무실을 예약 없이 방문했지만, 수요일 오전 사무실 앞에는 예약자와 비예약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앞에 선 사람은 “2시간째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고, 무더위 속에 지친 어머니를 본 김씨는 기다림을 포기하고 글렌데일 SSA로 이동했다.
도착 직후 김씨는 예약 없이도 업무 처리가 가능한지 물었고, 직원은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30여 개 창구 중 운영 중인 곳은 4곳뿐이었다. 세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마침내 김씨는 직원과 마주했지만, “예약이 없으면 어떤 업무도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김씨가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고 줄을 섰다”고 설명하며 질문을 해도, 직원은 “다음 방문 예약만 도와줄 수 있다”며 응대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7월 말 예약만 겨우 잡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처음부터 예약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어가 능숙한 나도 이렇게 힘든데, 어르신들은 더 막막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지병이 있는 김씨의 어머니는 문제 해결 전까지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 앞에 너무 높은 시스템 장벽이 세워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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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