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홀로 있을 수 있는 용기’

2023-11-06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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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는 중요한 체험 중에는 홀로 있을 때에만 경험하는 것이 있다. 이세벨에게 쫓겨난 선지자 엘리야는 홀로 호렙산으로 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씀을 가르치시느라고 지치신 예수님은 홀로 유대 광야로 나가셨다.

어거스틴은 밀라노의 어느 한적한 정원에서 홀로 있을 때에 성경을 읽다가 회심했다. 많은 사람들은 홀로 있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경험하지 못한다. 우리는 홀로 있는 것이 두려워 쉬지 않고 TV를 시청하고 전자기기에 매달린다. 현대인의 무능함은 홀로 있지 못하는 유약함에서 비롯되었다.

야곱이 얍복강 기슭에서 홀로 긴 밤을 새우면서 강한 영적 존재와 씨름 하려면 얼마나 영적, 정신으로 강하고 용감해야 했는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마침내 먼동이 트고 야곱의 고독한 기도의 수고는 끝났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과 만남이었고 영적 승리였다.”


(존 샌포드의 ‘하나님과 홀로 씨름하기’)
세상은 ‘24시간 활기차고 열정적 삶을 살라’고 쉬지 않고 우리를 부추긴다. 세상은 ‘혼자 있는 능력(capacity to be alone)’을 폄하하고, 고요한 묵상과 사색의 과정을 경시한다. 누가 내향성, 고독의 기질을 가졌다면 가차 없이 정신신경 환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정신장애 홍보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는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종식시키는 일을 하다가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았다. 1962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27년 간 감옥 생활을 한 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만델라가 자유의 몸이 된 때는 이미 70세가 훨씬 넘은 백발노인이었다. 하지만 만델라는 74세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고 75세에는 남아공화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만델라의 ”마디바“ 화해운동은 27년의 고독한 시간이 만들어낸 열매였다.

우리는 큰 소리로 떠들며 소란스럽게 살던 때보다 멈춤과 침묵의 시간을 통하여 놀라운 사상과 통찰을 얻을 때가 많다.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 실존과 고요히 마주 대할 때, 우리의 순수와 진실을 하나님께 내어 드리는 순간에, 우리의 마음의 중심이 하나님의 중심으로 이동되는 신비한 변화를 체험한다. 만델라는 27년의 감옥 생활을 통하여 이 변화를 체험하였다.

홀로 있는 시간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사람은 그로 인해 거룩한 상처를 입는다. 이 상처는 일상의 삶에서 입은 상처와는 근원이 달라서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상처는 우리를 미래의 영광으로 이끌고 하나님의 축복을 전달하는 그릇으로 만든다. 하나님으로부터 온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축복이 된다. 야곱도 이 상처로 인해 도약했고 축복의 사람이 되었다.

예수의 조용한 말 한 마디, 의미가 담긴 행동 하나하나는 오랜 침묵의 여과를 통하여 나왔다. 모세가 홀로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독대하고 내려올 때 마다 신적 광채가 그를 비취고 옹위했다. 인생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때때로 홀로 있는 용기를 가져라. 깊은 숲속의 호랑이처럼 ‘솔리튜드(solitude)의 영적 근력’을 키우라. 사는 동안 가끔은 구르지 않고 한곳에 머무는 고요한 산속의 이끼 낀 돌이 되라. 암부로시우스(Ambrosius)는 말했다. “우리가 함께 기도할 때는 하나님께 청원을 드리는 것이고, 우리가 홀로 기도할 때는 그분과 연합하는 것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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