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하늘이 보고 있다

2023-11-0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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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만에 미국을 찾는다. 중국이 은밀히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중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정치에도 침투를 계속해 왔음도 다들 알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전략폭격기에 3m 이내까지 근접해 위협을 가했다는 뉴스가 떴다. 충돌까지도 협박하면서 비행하는 중국 전투기의 모습이 1분 남짓 미 국방부 영상을 통해 전세계에 공개됐다. 마치 예전 북한이 저지른 미루나무 도끼만행 사건이 오버랩된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긴박하게 대결하고 있는 이 시점, 중국의 2인자가 갑자기 사망했다. 시장경제주의자로 알려진 리커창 전 총리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라이벌로도 꼽혔던 인물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독재기반의 경제시스템을 주장하는 시진핑 주석과의 입장차로 갈등을 했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경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커왔다. 그러나 중국의 내면은 빈곤하기 짝이 없다. 2020년 5월 전인대라는 전국차원의 대의원 회의에서 리커창 당시 총리는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집중 거론했었다. 그것이 시진핑에게 눈에 가시처럼 보인 것일까.

리커창이 “6억명의 월수입이 겨우 1000위안(약 150달러)밖에 안 되고,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발언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진핑에 아예 대놓고 한 발언 중 으뜸은 지난 3월 퇴임식에서의 지적이다. 그는 공무원 수백여명을 향해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幹天在看)”라고 경고했다.

한국도 요새 인구감소로 말이 많지만, 중국도 심상치 않다. 중국의 인구도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고, 출생률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최대 인구 국가인 중국의 인구 감소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회가 부패하고 바르지 않으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말이 아닐까. 정치인들이 아무리 손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뻔뻔하게 하더라도 하늘은 보고 있다.

수년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이 이 후진국을 서구화시키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이 나라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는 대국민 연설에서 이 나라 정치인들은 돈이면 다 된다. 알라 신마저 두 손 다 들었다.

전세계의 비밀 은행 금고에는 아프가니스탄 정치인들의 숨은 돈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는 것. 선진국 사람들은 이 못사는 나라 아프간의 부패는 자신의 나라와는 상관없고, 자신들의 나라는 깨끗하다고 믿겠지만 과연 그럴까.

한국의 어떤 설문조사에서 ‘한국사회의 부패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무려 87.5%가 부패해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 등 모든 경제개발 우선주의 국가의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사태와 같은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심리적, 경제적 충격속에 살고 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 사고로 똘똘 뭉쳐있었기 때문이다. 배금주의자들은 부익부 빈익빈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도 하늘이 보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삶의 최종 목적이 돈뿐인 이들에게 타인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리커창의 말대로 하늘은 보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 말은 하늘은 스스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내려준다는 말 아닐까. 우리 모두 하늘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사회가 밝고 희망차게 될 것이다.

중국 대륙의 2인자 리커창의 사망뉴스와 그의 어록을 보면서 ‘하늘은 커뮤니티를 돕는 자를 돕는다’ 이렇게 새롭게 규정하고 싶다. 얼마나 주변을 돌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인지, 나와 내 가족만 챙기면서 사는 사람인지... 하늘이 보고 있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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