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희망과 꿈을 주는 사람’

2023-10-30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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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국의 땅,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한 청교도의 이민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신앙의 자유는 어느 정도 보장되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핍절했다. 그들의 노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고 언어 소통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더욱이 강대국 스페인이 언제 네덜란드를 침공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당시 청교도의 목회자였던 존 로빈슨(John Robinson)목사는 교인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구약 성경 에스라 8장 21절을 펼쳐 읽은 후 강론했다. ‘나는 오늘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나라 없이 애굽 땅에서 방황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허락해 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새로운 땅을 선물로 주시겠다고 하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더 이상 낯선 이국땅에서 방황하지 말고 우리 모두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아메리카로 건너가십시다.’ 17세기 초 엘리자베스 1세 다음에 영국의 통치자가 된 제임스 1세 때의 일이다.”
(로드 그래그의 ‘The Pilgrim Chronicles’ 중에서)

로빈슨 목사의 메시지는 희망과 꿈으로 가득 찼다. 이국땅 네덜란드에서 청교도들이 좌절하고 낙심하였을 때 로빈슨 목사의 설교는 밤하늘의 별빛 같았다. 좌절한 성도들의 가슴속에 새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이 설교가 청교도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18세기 미국 건국의 견고한 신앙관이 이 설교를 들은 소수의 청교도들에 의해 정초(定礎) 되었다.


저녁마다 서점 앞을 지나가는 가난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책을 좋아했다. 서점 앞 쇼윈도를 지나칠 때마다 책 사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올랐지만 소년은 가난한 형편이라 사 볼 수 없었다. 쇼윈도 앞에 서서 책 읽을 때 소년은 하루 중 가장 행복했다. 하지만 안타까웠다. 쇼윈도의 진열된 책의 페이지가 날마다 고정된 채로 펼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년은 하루의 중요한 일과처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서점 쇼윈도 앞에 멈춰 서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어느 날이다. 서점 쇼윈도에 눈을 갖다댄 순간 소년은 짐짓 놀랐다. 책장이 넘어가 다음 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년은 정신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매일 찾아와 책을 읽고 가는 가난한 소년을 위해 서점 주인은 매일 책장을 넘겨 놓기로 마음먹었다. 소년은 열렬한 독서광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청교도의 로빈슨 목사와 무명의 서점 주인은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었다.

한국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최고다. 한국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삶의 의지가 유약한가. 내일에 대한 꿈과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이 없으니까 삶의 무거운 무게를 이겨내는 생존력이 약하다. 꿈과 희망은 모든 성취의 뿌리다. 꿈과 희망을 가진 사람은 인생의 방향과 자아 정체성이 선명하다. 그들의 가슴은 언제나 뜨겁다. 미래지향적이다. 창의적이다. 꿈과 희망이 사람의 진로를 바꾸고 운명을 개조한다. 꿈과 희망의 사람이었던 모세, 다윗, 바울에게 배우고, 예수를 따르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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