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10월의 기도

2023-10-27 (금) 김영란 / 탈북 선교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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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초가을 10월이 찾아오면 멀리 떠나갔던 정겨운 친구가 다시 나를 그리워 찾아온 듯 나는 몹시도 들뜬 마음으로 이 10월을 반갑게 맞이하곤 한다. 이 10월의 울타리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나는 좋아하며 사랑한다.

단내음이 흠씬 풍기는 잘 익은 사과의 향기, 검붉게 익어 가지가 땅에 찢어지게 늘어진 자두의 향기, 또는 복숭아나 배, 울타리따라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단호박들의 향기로운 내음들… 살살 10월의 바람에 실려 이 모든 내음들이 짙은 꽃향기들과 어우러져 내가슴 하나 가득 채워줄 때면 나는 이렇게 값없이 풍성한 향기로움에 젖어들게 하신 조물주께 무한히 감사드리며 이 10월의 뜨락에 서서 한달내내 감격에 넘쳐 기쁨으로 아름다운 10월을 마음껏 찬양한다.

10월은 가을의 모든 것들을 한껏 아름다운 풍경으로 색채를 띄울 뿐만 아니라 여름내 모든 비바람에 시달려 흐트러져 있는 모든 것들을 다시금 추슬러 겸허하게 알알이 영글게도 하고 허허로운 벌판에서 공허한 마음으로 가슴앓이하던 우리들을 옷깃을 여미며 우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계절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10월은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하게도 하다가 다시금 사랑하는 주님의 손길이 나를 붙들어주실 때는 땅위의 모든 것들이 별빛처럼 빛나며 나의 앞길이 희망으로 열림을 보게된다. 그래서 이 가을의 기도는 희미한 나의 삶을 새벽 여명처럼 나에게 새로운 소망을 심어주곤 한다.


나는 이 10월을 몹시도 사랑하며 1년내내 내곁에 붙들어 매어두고 싶은 달이다. 이 10월의 기도속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 모두 한데 어울려 나의 가슴속에 살며시 찾아온다. 아무리 먼 곳에 있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회상의 나래를 타고 조용히 나의 기도 숲으로 다가온다. 10월은 나의 기도의 동산이며 나의 모든 아름다운 꿈을 이루어주는 나혼자만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10월은 나의 벗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가장 아름다운 열매맺는 삶이 되기를 기도할 것이며 어느 누구를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진실한 마음으로 향기로운 그리움으로 이 아름다운 계절에 기도의 무르익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혀지기를….

“이 가을에는”
아직도 우리 이웃에는 따스한 손길이 있습니다. /어려울 때 나누며 추울 때 서로 감싸안아주는 훈훈한 이웃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이웃에는 만나고 싶을 때 언제나 기꺼이 만나서 밤이 새도록 같이 이야기로 꽃을 피울 수 있는 다정한 이웃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이웃에는 울고싶을 때 같이 울 수 있고 노래부르고 싶을 때 함께 노래부를 수 있는 정겨운 이웃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이웃에는 공허한 마음을 위로해주고 샘처럼 끊임없이 미소가 넘치는 아름다운 이웃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이웃에는 높고 넓은 가을하늘을 닮은 마음과 맑디맑은 시원스러운 하늘을 품은 넓은 가슴의 이웃이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이웃에는 주님의 사랑을 닮은 사랑이 가득 넘치는 고운 마음의 이웃이 있습니다.

<김영란 / 탈북 선교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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