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무성한 떨림

2023-10-16 (월) 이춘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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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늦가을
금색 천으로 짜여진
나의 나무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바람에 찬란한 몸을 구부리고
진 남빛 하늘 위를
경쾌하고 무모하게
춤을 춥니다

이 세상에 시든 낙엽보다
더 희미한 자막으로 그리는
맨 가지의 무성한 떨림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온전히 살고자 하는 열망
수많은 길을 불태웁니다

모든 죽음의 비밀이
다시 삶인 곳
가을 바람에
우리의 영혼이 날게 하소서.

<이춘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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