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워터게이트의 교훈

2023-09-2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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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 위키백과사전은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을 이렇게 규정했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2년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각종 일련의 사건들을 지칭하는데, 닉슨 미 행정부가 베트남전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당을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침입과 도청 사건”이라고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당시 미 민주당 본부가 입주해 있던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972년 6월 17일 밤, 5명의 괴한들이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 공작팀을 결성,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처음에 닉슨측은 자신들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으나 결국 닉슨 대통령을 끌어내린 주역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결정적인 기사를 쓰면서 닉슨 대통령은 추한 결말을 맞게 된다. 침입범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고, 상원은 워터게이트 특위를 설치해 특별검사가 수사에 착수했으며, 하원 법사위원회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수사를 시작해 결국 하원의 탄핵안이 가결되는 초유의 결과를 초래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 최대의 정치 스캔들중 하나로, 미 대통령의 권한이 남용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측이 1972년 재선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거짓과 반칙을 연달아 해버린 게 문제였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최근 이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진상을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누군가가 거짓말을 사주한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정황적 증거가 있는데다, 사실과 또 다른 거짓말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황도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내년도 총선을 앞둔 여당으로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을 일이다. 문제는 한국을 강타한 태풍수습 과정에서 해병대 병사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수해지역내 수색 활동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 채수근 상병의 순직사건이다. 처음에는 이 사건의 경위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박 대령의 수사 종결 결과는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보다 중립적인 관점에서 사후법적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한 최종 승인을 얻기 위해 박 대령은 해병대 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 그리고 더 나아가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까지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장관까지 결재승인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해병대는 수사단장이 사법처리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그를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해 버렸다.

그 결과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논란이 발생했다. 국방부장관은 "박 대령측이 변호인을 통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너무 많이 이야기해왔다"고 했다. 사건이 점차 워터게이트와 유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특검)법을 발의해버렸기 때문 아닐까.

제78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4박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3일 한국으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서 기조연설, 기후 대응, 디지털 등 전 활동분야에 관한 방안을 제시해 각광을 받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고국에서도 확실히 정착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채 상병 순직사건을 보면 뭔가 답답함을 피하기가 어렵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정직, 진실, 투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워터게이트 사건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부디 윤 대통령은 모든 사태를 확실하게 수습해 마지막까지 박수 받고 멋지게 은퇴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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