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국수사랑

2023-09-19 (화)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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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나의 아침은 무척 바빴다. 출근 전에 영어학원에 가서 한 시간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미국 이민의 계획이 있어 영어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침 그 당시 한국에 라면이 나와 편리해졌다. 5분 끓이고 5분에 먹을 수 있으니까 10분이면 아침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내 직장은 감리교 본부였는데 아침마다 30분 기도회를 가진다. 나는 정확하게 5분씩 늦었다. 한 번은 감독님이 호령하였다.
“최 목사는 꼭 5분씩 늦는데 어찌된 일이오.”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어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하였다.

점심을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짜장면이다. 짜장면은 중국 식당에 가서 먹는데 중국에는 짜장면이 없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중국인이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든 것이 짜장면이라는 것이다. 짜장면의 삼촌이 울면이다. 국물이 텁텁한 것이 특색이다. 그리고 짜장면의 사촌이 쫄면이다, 쫄깃쫄깃한 면을 좋아하는 사람에 맞춘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만든 면으로는 우동이 있다. 국숫발이 굵은 것이 특징이다. 요즘은 즉석 우동이 나와 편리하다. 스프가 속에 들어있으므로 3분 끓이고 스프를 넣으면 완료이다.
우동과 비슷한 것이 칼국수이다. 칼국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있어 가끔 간다. 우동처럼 기계로 국숫발을 뽑지 않고 손으로 만든 국수이다.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국수같아 맛이 좋다. 칼국수 집에 가면 오뎅을 국수에 넣어주는데 별미이다.

특색있는 국수는 냄비국수이다. 이것은 가정적이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한 냄비의 국수를 덜어서 먹는다. 정이 오가는 국수이다. 여름철 국수는 단연 냉면이다. 갈비 한 대 뜯고 냉면 먹는 것을 ‘갈냉’ 즉 갈비 냉면인데 최고의 여름 음식이다. 날씨가 선선하면 온면으로 바꾸면 된다.

냉면 하면 단연 평양냉면이다. 너무 유명하여 북한 사람들이 중국의 여러 도시에도 평양냉면집을 냈다는 소식이다. 비슷한 것이 함흥냉면이다. 이것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다. 국물 있는 쫄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함경도 사람들을 대원군은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평했는데 그 의지가 면에도 드러나 있는 것같다.

국수와 한국인은 닮은 꼴이다. 함흥냉면은 끈질긴데 한국인도 끈질기다. 국수의 특색은 긴 것인데 한국인도 오래 참는다. 국수는 쓰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덤덤한데 한국인도 덤덤하다. 먹을수록 정이 드는 것이 국수인데 한국인도 정이 들면 오래 간다.

막국수라는 것이 있다. 별 양념하지 않고 얼른 끓여서 먹어서 막국수란 이름이 생겼을 것이다. 한국 사람도 얼른 준비하고 얼른 떠나는 것이 특색이다. 꾸물거리지 않는 것이 막국수와 비슷하다.

콩국수도 있는데 구수한 것이 한국인 같다. 역시 국수와 한국인을 닮은 꼴이다. 국수는 밥 하고 달라서 빨리 배가 꺼진다. 국수를 먹으면 30분도 안되어 또 배가 고프다. 면이 소화가 빨리 되는 것같다. 그래서 농민들은 국수를 안먹고 밥만 먹는다.

메밀 국수라는 것이 있다. 메밀이 밀가루보다 영양분이 더 많다고 한다. 가루라면 무슨 가루든지 국수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것이 국수이다. 장터 국수는 장날 장터에서 파는 것이 장터국수이다. 장을 보러온 사람들이 자기 고향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국수이다. 정이 오가는 것이 장터 국수이다. 내집에는 언제나 국수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가장 편한 것이 국수이다.

<최효섭 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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