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고요한 마음

2023-09-12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나는 글을 많이 써 왔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착상을 위하여 먼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눈을 감는 것은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마음이 잔잔하지 않으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불교의 좌선이나 기독교의 묵도 등이 모두 마음을 잔잔케 하는 방법이다.

수도사들은 명상에 잠긴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우선 자신의 마음을 잔잔하게 해야 한다. 옛날 강태공이란 사람은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낚시를 하였다. 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낚시를 드리우고 생각에 잠기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식당에 가면 몹시 시끄럽다. 식사를 하면서도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큰 소리를 내는 것이 한국식당이다. 미국식당에 가면 아주 조용하다. 이조 500년 동안 한국의 국호는 조선(朝鮮)이었다. 아침의 고요한 나라라는 뜻이다. 본래 한국인은 조용한 사람들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이 시끄러운 사람들이 되었다. 대만의 철학자 송성천은 한국 일본 중국의 고전을 연구하고 이 세 나라의 특색은 고요함에 있다고 하였다. 지금 한국은 고요한 나라가 아니다. 몇 사람만 모여도 매우 시끄럽다.

나는 어려서 글짓기 대회에 나간 경험이 있다. 어떤 글을 쓸까하고 생각하기 위하여 바위에 앉아 눈을 감았다. 눈을 뜨고 있으면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시냇물 소리, 절간의 풍경소리, 바람소리 등 마음을 잔잔케 하면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묵념 묵상 묵도 등이 필요하다.

활동하는 사람보다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으로 모든 발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알프레드 밀레의 명화 가운데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턱에 손을 고이고 깊이 생각에 잠겨있는 그림이다. 생각해서 모든 발명도 시작된다. 그러니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을 얄팍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생각의 습관을 들여야 한다.
종교의 출발도 과학의 진흥도 생각에서 나온다. 수많은 발명이 모두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석가 예수 마호멧 등 모두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에디슨이 뉴욕에 가서 방마다 계란 모양의 하얀 알들을 매달고 스위치를 넣으니까 전등이 켜져 저녁이 낮처럼 되었다. 모두가 환성을 올리고 이 기적을 찬양하였다. 이런 기적들이 생각하는데서 나온 것이다.

예수는 대중 앞에 나서기 전 40일 동안 한적한 광야에 가서 생각에 잠겼다. 위대한 인물이란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들이다. 깊이 있는 생각은 고요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독교의 모든 예배는 묵도로서 시작된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야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되도록 빨리 되도록 쉬운 방법으로 무엇을 하려고 한다. 좀더 차분하고 좀더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라.

나는 40년 동안 설교하였는데 모두 생각을 자아내는 설교였다. 이래라 저래라 하고 설교하는 것은 효과적이 못된다. 문제를 제시하고 본인이 생각케 하는 설교가 설득력이 있다. 완성품을 내놓지 않고 생각과 고민의 씨를 주는 것이 좋은 설교이다.

선택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기가 선택한 것만이 자기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끔 고요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은 잔잔한 데서 시작된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