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 - 애완동물 관련 정성, 조금이라도 이웃에게

2023-07-19 (수)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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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목회가 1년쯤 지났을 때였다. 한 교우 가정에 다리를 약간 저는 개를 만났다. 라사 압소라는 티벳이 원산지라는 털이 땅에 끌리는 귀여운 강아지였다. 문제는 집주인이 집안에서 강아지를 기르지 못하게 해서 고심 중이라고 했다. 평소에 개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마음이 짠했는지 그날 즉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렇게 우리 집은 해피 1세와 동거가 시작됐다. 매우 눈치가 빠르고 귀염질을 많이 해서 그 당시 어린 아들 딸이 아주 좋아했다. 문제는 해피가 혼자 있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주일 아침 가족들이 교회 갈 준비를 하면 벌써 토라져서 꼭꼭 숨어버리곤 했다. 어느 주일 밤 늦게 귀가했을 때였다.

종일 홀로 기다렸던 해피가 반갑다고 점프하며 반겼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지면서 그만 허리가 끊어졌다. 순간적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괴로워했다. 완전 중상이었다. 즉시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수의사의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결국은 해피를 해피하게 무지개다리로 건너보낼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이 된 딸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엄마 곁으로 밀어냈다. 꼭 병아리만 했다. 이렇게 해피 2시대가 열렸다. 요크테리어로 건강했고 귀염둥이로 잘 자라줬다. 그러는 사이에 분가했던 딸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기르던 코코를 데리고 왔다.

한 집에서 2마리가 함께 지냈다. 싸우지 않고 잘 지냈다. 해피 2는 15년을 살다가 노환도 없이 기력이 다해서 아주 평안한 가운데 가족들을 떠났다. 코코도 그럭저럭 큰 말썽 없이 14년을 살았다. 지난 토요일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이민살이 36년에 35년을 팻과 함께 했다.

35년간 강아지를 기르면서 느낀 점들은 이렇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정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애견들을 가족 취급하는 것은 사람의 본분을 벗어난 이탈이다. 얼마 전 교황을 맞는 군중들 가운데 한 부인이 가방을 열며 ‘교황님! 내 자식을 축복해주세요!’ 그래서 봤더니 강아지를 자식 취급하고 있었다고 한다. 교황은 정색을 하면서 따끔하게 질책을 했다고 한다.

오래 전에 교회 젊은이가 이웃 동네에 있는 미국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했다. 하객으로 참여해서 교회당 의자에 꽂혀 있는 교회 안내 카드를 펼쳤더니… 담임목사가 가운을 차려입고 강아지, 고양이들을 위해 두 팔을 펴고 축복 기도하는 사진을 보았다.

그 교회는 동성애도 인정하는 미국 교파였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반려’라는 우리 말은 원래 결혼 상대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동물 애호가들이 확대 사용하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모든 생명은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인격적인 반려자, 동반자로 취급하는 것은 창조주의 질서를 넘은 소치이며, 지나치게 투자하고 떠받드는 행위는 우상을 숭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이다. 특히나 성도들은 강아지, 고양이에게 쏟는 시간과 정성을 1/10이라도 이웃과 하나님께 쏟게 될 때 이 세상은 진정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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