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희로애락

2023-07-19 (수) 김배묵/뉴저지 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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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우리가 사람의 감정들을 표현할 때 쓰는 글자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다. ‘희’는 기쁘고 ‘노’는 노여우며 ‘애’는 슬프고 ‘락’은 즐겁다는 뜻으로 애초에 중국인들은 우리의 정서나 감정을 이 네 글자로 정리했다. 그런데 여기서 글자 하나를 빼먹는 우를 범한 것 같다. 위(僞)를 빼먹은 것이다. ‘위’는 바로 거짓을 뜻한다.

순진하고 어렸을 때 나는 이 사회와 사람들의 울분을 보면서 울분했었다. 왜 돈 많고 힘있는 사람들은 법의 굴레에서 다른 잣대로 관대한 처분을 받는가, 왜 종교를 믿는 다수의 신앙인들이 가르침에 역행하는 삶을 사는 지. 그런데 인생의 주름살이 많아진 지금 참 내가 우매했구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온다.

애당초 ‘위’는 희로애락과 더불어 인간이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정서의 일부분인 것이다. 다만 거짓된 마음이 감정적으로 불편할 뿐이지만 우리 모두 내 자신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이 ‘위’를 범하며 산다.

<김배묵/뉴저지 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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