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포만감

2023-07-17 (월) 김길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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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도 그 포만감이 넘치었다. 어릴 때 우리집은 물론 동네, 아니 나라 전체가 어려워 끼니를 굶는 일이 자주 있었다. 쌀농사 지은 쌀이 떨어지고 보리농사를 지은 것이 나올 그 기간의 특히 보릿고개 때는.....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음식 욕심이 많다.

나와 아들 생일을 맞아 조카네가 초청을 하여 간 곳은 무한 스테이크 집이다. 널찍한 서양음식집이며 화려한 곳이었다. 이름처럼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색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를 그 자리에서 마구 구어 꼬챙이에 꿰어나온다. 맛이 있었다. 실컷 먹었다. 모르긴 해도 5, 6인분은 먹은 듯하다.

돈을 더 내는 것은 아니고 기본 요금만 낸다. 호랑이와 사자가 먹이를 실컷 먹고 늘어지게 잠을 자듯 나도 조카 집에서 낮잠을 한숨 푹 잤다. 포만감이 나의 기분을 좋게 했던 것 같다. 몇 달 만의 일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기분이 좋았다. 인간이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것이 이처럼 나에게 기쁨을 줄 줄이야!


라커펠러가 당신이 이 세상을 살면서 가장 인상 깊은 일이 뭐냐고 묻자 “첫 월급을 받고 그것을 화장실에서 세어 볼 때” 라고 했듯이, 포만감은 일종의 의미 부여다.

며칠 전 이민 생활 중 최고로 가까이 지내던 친구 김인환 목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NJ 갈보리 교회에서 20년 동안 성공적으로 목회하다가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큰 교회에서 목회한 후 은퇴한 감리교 목사다. 전화를 받는 순간 너무 반가워 가슴이 뛰었다.

교단 신학인 듀르에서 한국인으로 지금까지 2명 밖에 없는 명예박사까지 획득한 친구다. 기다려진다. 만남의 포만감에 사로잡혀 있다.

<김길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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