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베네치아 번영의 힘

2023-06-19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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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도시 중 교환의 모범은 제네바, 밀라노, 베네치아이다. 특히 베네치아의 교환의 능력은 탁월했다. 도시공화국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베네치아는 교역을 촉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베네치아 정부는 수많은 상선을 건조해 상인들에게 임대했고 상선의 안전운행을 위해 호위함까지 붙여주었다.

베네치아 무역상들은 은을 찾아서 독일까지 올라갔고, 상파뉴에 서는 유명한 시장까지 진출하여 양모, 비단, 향료, 설탕을 수입했다. 베네치아는 가장 부요한 도시국가가 되었고 이 힘으로 찬란한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일등 시민이 되었다.” (매트 리들리의 ‘ The Ratoinal Optimist’ 중에서)

영어는 무역상을 통해 인도에 들어왔다. 하지만 인도에서 아주 특별한 도전을 만났다. 영국의 국어인 영어는 처음으로 자신의 제국보다 훨씬 더 거대한 언어 제국을 만났다.


인도는 강렬하면서도 정교한 문명의 나라였고 동시에 200가지 언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 중에 산스그리트어, 힌디어, 뱅골어, 구자라트어, 편자브어, 카슈미르어 등 오래되고 이미 안정되어 있는 언어들을 포용하고 있었다.

영어를 말하는 사람이 인도에 들어온 때는 882년이다. 이 이후로 인도와 영국의 교역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교역을 통하여 인도에 상륙한 영어는 무역 언어로써 다양한 아시안 언어의 단어를 흡수하면서 급속하게 인도사회에 침투했다.

한편 인도는 자신의 상업 언어 중 하나로 영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인도의 인구 중 3억 명이 영어로 신문과 책을 읽는다. 문학 작품을 쓰고 과학 논문을 발표한다. 인도는 영어를 통하여 세계 선진국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서로마 제국의 디오클레티아누스 시대 이후엔 집단 관료주의가 성행하여 기독교를 핍박했고 시장과 자유무역까지 통제했다. 그 결과 서로마제국 안의 시장과 무역은 급속히 쇠퇴했고 도시가 서서히 사라졌다. 이 거대한 나라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로마의 극렬한 핍박과 이방인과 동족으로부터 오는 고난을 겪었던 사도 바울의 선교가 성공한 비밀은 무엇인가. 바울이 로마제국이 구축해 놓은 무역로와 군사도로를 따라 끈질긴 유목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간디의 강경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인도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교환의 힘 때문이다. 인도에 상륙한 영어가 서로 주고받는 교환의 언어가 되자 영어는 돌연 세계최고의 언어로 도약했다. 교환은 혁명이다. 바울을 선교로, 마틴 루터는 성경으로, 베네치아 시민은 상품으로 이웃과 교환했고 혁명에 성공했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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