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얼굴

2023-06-06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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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고 신기하다. 어쩌면 그렇게 모두 다를까! 잘 생긴 얼굴, 못생긴 얼굴, 신경질적인 얼굴, 온화한 얼굴, 까다로운 얼굴, 편한 얼굴, 굳은 얼굴, 평화스런 얼굴, 걱정스런 얼굴, 화가 난 얼굴 등 참 많은 얼굴들이 있다.

옛날 결혼 상대를 고를 때 맞선이라는 것이 있었다. 신랑 후보와 신부 후보가 마주 앉아 얼굴을 보았다. 각자 마음에 드는 얼굴과 마음에 안드는 얼굴이 있다.
평생 함께 살 상대를 고르는데 잠깐 얼굴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심지어 사진결혼도 있었다. 상대의 사진을 보고 결정하는 것은 더 위험이 크다.
얼굴에 침 뱉기란 말은 얼굴이 그 사람 자체를 뜻한다. 체면이란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신한다. 볼 낯이 없다고 하면 체면이 상한다는 뜻이다.


면박은 공격적인 언사이다. 서글서글한 얼굴은 대하기 편안한 얼굴을 말한다. 까다로운 얼굴은 대하기 불편한 얼굴이다. 그러니 얼굴은 살아가는데 몹시 중요하다.

친구를 사귈 때 얼굴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 얼굴이 잘 생겼으나 마음이 나쁜 사람도 많다. 얼굴은 잘 생기지 못하였으나 마음이 고운 친구도 있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얼마 동안 여자 중고등학교 교사를 하였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노는 곳을 보면 그 아이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잠깐 만나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사람을 수없이 많이 만나는 목사나 교사는 사람을 볼 줄 안다. 공식적으로 대할 때와 평소의 얼굴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사람을 많이 보는 목사나 교사는 관상장이 보다 훨씬 잘 사람을 알아본다.

소위 미남미녀는 얼굴만을 보고 하는 말인데 사람은 얼굴만으로는 판단이 안된다. 물론 얼굴에도 성격이 많이 드러나지만 샹활을 보지 않고서 판단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아이들끼리 놀 때가 가장 정확한 그의 모습이 드러난 때이다.

그래서 나는 아동문학을 할 때 학교 운동장에 가서 아이들이 기탄없이 노는 것을 관찰하였다. 숨김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학교나 회사에 들어갈 때 대개 면접을 한다. 면접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갑자기 잠깐 만나서 그를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사의 얼굴이 학교를 대표하고 나의 얼굴이 나의 집안을 대표하며 목사의 얼굴이 교회를 대표한다. 그러니 교사, 목사 등은 자기 관리에 매우 조심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저 사람의 얼굴을 보니 저 사람의 집안을 알 수 있겠군 하고 판단한다. 내 얼굴이 내 집안을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뻐도 얼굴에 드러나고 화가 나도 얼굴에 드러난다. 욕심을 부려도 얼굴에 나타나고 겸손도 얼굴에 나타난다. 얼굴이 나를 대표하여 마음의 모든 것을 남에게 전한다. 겸손도 얼굴에 많이 드러나고 교만도 얼굴에 드러난다. 욕심도 얼굴에 드러나고 겸손도 얼굴에 드러난다. 그러니 얼굴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낯을 붉힌다는 말은 흥분한 표정, 낯을 찡그린다는 말은 불쾌한 표정, 낯이 밝다 혹은 맑다는 말은 기분이 좋다는 의미. 낯이 뻔뻔하다는 말은 체면을 벗어났다는 표현, 재미있게 생긴 얼굴도 있고 사납게 생긴 얼굴도 있다. 온순한 얼굴이 있는가 하면 약간 사납게 생긴 얼굴도 있다.

예수의 얼굴은 어땠을까. 많은 화가들이 예수의 얼굴을 시도하였다. 대개 온유한 낯이나 더러는 심판자를 생각하여 날카로운 얼굴도 시도하였다. 그의 행동이나 말을 보아 온순한 낯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을 만날 때 무심히 보지 말고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얼굴을 보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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