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근시인간’

2023-05-01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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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Apple)은 스티브 잡스 혼자 일으킨 회사가 아니다. 세 사람이 공동 발기인이 되어 시작한 주식회사다. 제 2의 동업자는 탁월한 기술자로 알려진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하지만 제3의 동업자 로널드 웨인에 대해서는 세상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만 안타까운 스토리가 하나만 남아있다. 기술 혁신가였던 잡스와 워즈니악과는 달리 웨인은 상표 디자인, 광고기획과 같은 행정력이 탁월했다. 이 대가로 웨인은 10퍼센트의 주식을 지분으로 배당 받았다. 웨인은 이 지분을 오래 붙들고 있지 못했다.

궁핍한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보유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때 받은 돈은 2,300달러이고 그 날은 회사 창립 12일 째 되는 날이었다.
웨인은 지금 네바다주 파럼에 살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연금으로 최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로드 와그너의 ‘Power of Two’ 중에서


애플 주식의 시가가 한 주당 500달러라고 쳐도 웨인이 소유한 10퍼센트 지분은 현제 시가 약 470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웨인은 눈앞에 직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빨랐다.

웨인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웨인은 근시(近視)인간이었다. 웨인은 미래의 큰 기회를 붙잡을 수 없었다.
아브라함은 근시인간이 아니었다. 아브라함은 과감하게 만족을 지연시키는 경계성을 뛰어넘는 결단으로 믿음의 조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아브라함의 미래 지향적 돌파는 화려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포기하고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모험으로 시작했다.
갈대아 우르를 떠난 아브라함의 믿음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간 기착지 하란은 유혹의 도시였다. 물질 성공을 보장하는 도시문명의 만족을 꿈꾼다면 굳이 먼 가나안까지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완전한 조건을 갖춘 도시가 하란이다.

근시적 시각을 가졌던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하란에 주저앉았고, 하나님과의 언약을 붙잡았던 아브라함은 홀연히 하란을 떠났다. 이것이 아브라함의 두 번째 경계선 돌파다.
현재의 달콤한 메시밀론 한 조각보다 하나님 언약의 성취를 더 사모했던 아브라함의 미래 통찰능력은 위기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탁월한 리더는 현재의 작은 것들을 미래의 큰 기회와 연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산 자로 살고 싶다면 목적을 가져라. 근시인간은 현실의 만족에만 관심이 있으므로 목적을 가질 수 없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말했다. “청교도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엄격한 자기 절제문화를 통하여 미래의 풍요를 이루는 기초를 닦았기 때문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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