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질문을 잘 하는 능력이 성공을 가르는 시대가 온다, 곧.

2023-04-12 (수) 박원영/자유기고가·보라넷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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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퀸즈에서 스킨케어샵을 운영하는 고객을 만났다. 그분이 대화 도중 “인공지능 때문에 우리 직업도 없어진다면서요?” 라고 물었다.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가?’는 챗 GPT 등장 이후 인기있는 대화 주제가 되었지만 그분의 걱정은 의외였다.

고급 사무직은 사라져도 오히려 몸을 쓰는 일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통념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스킨케어 전문가가 도태할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그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챗 GPT가 등장한지 불과 서너달 만에 인공지능(A.I)이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챗GPT 의 출현은 전기, 인터넷, 아이폰 등의 메가 발명에 비견된다. 필자는 그중에서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빗댄 ‘활자의 발명’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특정한 분야가 아닌 모든 인류의 삶에 궁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세계사적인 사건이다. IT 기업 리더들, 정치인, 석학, 과학자, 언론인, 군사전문가, 의학자, 컨텐츠 제작자들은 물론 초등학생과 자영업자까지 같은 주제로 같은 시기에 이렇게까지 열띤 관심을 보인 대상이 이전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선 남의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니다. 당장 회사의 업종인 온라인 마케팅의 영역이 남아 있을지 고심을 하고 있다. 우리가 고객에게 돈을 받고 하는 각종 작업과 서비스를 인공지능이 모두 대체한다면? 특히 회사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인 ‘검색엔진최적화 (SEO)’ 라는 개념은 무의미해질 것인가? 구글 대표가 회사 내에 적색경보를 내렸듯이 지난 10여년간 구글이 지배했던 검색 엔진의 영향력이 급격히 작아질 것이라는 예견이 팽배하다.

검색이란 기본적으로 관련 정보를 사용자에게 링크해주는 역할이다. 사용자들은 링크된 페이지들을 열어보기 위해 계속 ‘클릭’을 해야 하고, 구글은 그 클릭에 따라 광고 수입을 거둔다. 그리고 SEO 작업이란 내 비즈니스가 관련 검색시에 클릭수 상위에 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굳이 구글에 (혹은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인공지능에 물어보면 ‘가장 정답에 근접하고 높은 확률을 가진’ 정보를 바로 내어주게 된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보라넷도 이미 고객사의 구글 페이지에 올라오는 리뷰들을 챗 GPT 와 연결해서 자동으로 답변을 다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챗 GPT에게 해봤다. 답변을 정리하면 “ChatGPT는 고객 서비스 및 지원/ 예약 및 예약 확인/ 상품 및 서비스 추천/ 마케팅 및 판매/ 업무 자동화 등을 도울 수 있다”

사실 모든 비즈니스가 하고 있는 필수 활동들이다. 이미 자동화 된 영역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적인 차이가 크고 비용절감의 가능성이 크다. 고객은 업무시간과 상관없이 실시간 대화를 통해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업체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자동화 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시간상 필요해서 혹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서 지불했던 외주 인력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즉 바빠서 못했고 몰라서 맡겼던 일들을 직접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런 모든 혜택의 폭은 사용자의 한 가지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제대로 질문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기. 챗 GPT는 결국 질문에 대답하고 명령에 따라 수행하는 기계다. 좋은 명령어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명령어를 수행하는 프롬프트( prompt) 엔지니어가 갑자기 각광받는 직업으로 떠올랐다.

모두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 ‘기계와 대화하고 질문을 하는 능력’은 개인과 비즈니스의 성공을 결정할 것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은 수천 년간 이어진 엘리트의 불변의 자격이었다. 이젠 기계에 질문하는 능력이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의 양과 질을 결정할 것이다.

<박원영/자유기고가·보라넷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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