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뉴욕한인회장 선거 속전속결 해결하라

2023-04-05 (수) 최윤희/뉴욕한인학부모협회 회장 · 뉴욕시 교육국 학부모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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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 상태는 예를 들어 하나의 사다리가 있고, 두 명의 사람이 각각 사다리의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데 아래에 있는 사람은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로 내려오려고 한다면,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사다리에서 비켜줄 때까지 아무도 사다리를 내려오거나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교착 상태의 의미는 현 한인회의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지난번 두 후보의 극적인 화합이 있었고 일이 잘 되는 듯하더니 한인회는 공중에 붕 떠있다.

요새 너도 나도 비영리 기관 이사에 대해서 들먹이는데, 뉴욕 주의 비영리 자선단체 이사의 책임은 세 가지 기본 의무인 관리 의무, 충성 의무 및 순종 의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사는 회장의 상임기관이 아니며 회장이 임무를 잘 하도록 하는 협력 기구이다.


이사는 조직의 경영을 감독하기 위해 선출한 개인이며 이사회 구성원은 자신이 봉사하는 기관의 정책, 전략 및 목표를 제안한다. 이사회 구성원은 협회의 성과 및 운영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만난다.

한동안 우리사회는 들떠 있었다. 2세에게로! 2세에게로! 어느 협회이든 2세에게 물려주는 것이 관건이며 유행어처럼 앞다퉈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상하고 불손한 일이 한인사회에 있었다. 단독후보를 내세운 협회의 부조리를 커뮤니티에 내놓고 토론하는 장소를 본인이 30년 피땀 흘려 세우고 2세에게 물려준 기관에게 공간 사용을 신청 했더니, 돈 좀 벌고 좋은 직장 갖고 영어 좀 하는 2세 이사들이 설립자의 공간 사용을 반대해서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좋은 집을 잘 지어 자식에게 주었는데 그 자식이 부모가 억울한 일을 당해서 동네사람 불러서 속 마음 털어 놓고 이야기 한 번 속 시원히 나누려고 앞마당 빈터를 쓰자고 하니 일언지하 거절당한 격이다. 이런 불효와 기만은 용납할 수 없다.

본인이 교육국에서 근무하기 전 11년간 퀸즈장로교회의 부속 성인대학에서 영어교수로 봉사했다. 그런데 어느 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는 밤에 시니어 학생분이 나에게 전화해서 한국에서 집 팔고 재산 팔아 미국에 와서 자식에게 집 사주고 가게도 차려 줬는데 크리스마스 때에 집에서 쫒겨났는데 선생님이 좀 혼내 주고 말 좀 해 달라고 해서 내 마음 속에서는 피눈물이 났었다.

한인회장도 좋고, 이사도 좋고, 2세도 다 좋다. 하지만 우리는 정을 소중히 여기는 의리의 민족이다. 배은망덕은 안 된다. 2세와 3세, 4세가 나와도 본인들의 뿌리를 경시하는 표리부동은 용납하지 못한다.

정정당당히 경선하라! 2세라도 한국어 잘 못하고 한인들의 뼈아픈 모든 어려운 점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없으면 한인회장 자격 없다. 질질 끌고 묘책 간구하지 말고 우선 한인회장을 선출하라!

얼마 전 퀸즈한인회가 활동이 좀 뜸하니 중국사회와 주류 사회의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다른 커뮤니티의 리더들이 의문을 던졌다. 뉴욕한인회도 선배들의 좋은 전통을 받아 들여 평화롭게 회장을 세워야 한다.

요즘은 무조건 K자가 붙으면 관심을 받는 좋은 시절이 되었다. 혹시나 호기심 많은 뉴욕타임스 기자가 한인사회에 불화가 났다고 떠벌리기 전에, 구설수에 오르기 전에, 상처를 봉합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험하고 거친 뉴욕의 이민의 삶에 오아시스가 되는 한인 사회가 되도록 속전속결 깔끔하게 해결하기 바란다.

<최윤희/뉴욕한인학부모협회 회장 · 뉴욕시 교육국 학부모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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