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마음의 주름

2023-04-04 (화) 송영옥/뉴저지 이스트 하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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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경쟁사회에서 벗어났으니 인생 후반전에 건강이 최고일 것 같아 주 5일 8년간 피트니스센터에 습관적으로 다녔는데 코비드와 손녀 보는 일로 쉬었더니 지금은 다 정상적으로 돌아왔는데 그만 열정이 식어 버렸다. 봄의 전령같은 그라운드 호그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예상했던 봄이 벌써 찾아 왔는데 헬스장에 가려던 마음 작심삼일로 끝날 것 같다.

지난 3년간의 코비드로 인간 평균 수명이 줄었다고도 하고 독재자의 욕망으로 세계경제를 뒤집어 놓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형이다. 강진으로 초토화된 터키와 시리아의 무너진 빌딩위에서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 절규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이런 일은 일어날까?, 인간은 같은 지구라는 행성을 공유하였으니 인류애로 슬픔과 아픔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정원사가 봄청소를 마친 후 뒷마당에 나가보니 겨울잠에서 깨어난 화초들이 뾰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해동된 흙을 뚫고 나온 새싹을 보며 기운이 솟는 흐뭇한 마음이 복인 것 같다. 봄기운으로 신나서 한여름의 꽃잔치를 위해 잡풀 뽑고 땅을 고른다.

작년에 모아둔 꽃씨들 모종 스타터 트레이에 뿌린다고 발빠르게 움직이다 지쳐 앉아있으니 해지는 저녁노을이 너무 찬란하고 예쁘다. 화살같이 빠른 세월과 함께 겉사람은 낡아졌으나 팡팡 튀어나온 새순과 샛노란 개나리꽃을 보며 마음의 주름은 펴지고 있다.

<송영옥/뉴저지 이스트 하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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