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목련꽃 필 때면

2023-04-03 (월) 이한나/플러싱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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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실어온 여린 봄
산책길 말없이 따라오네
보송보송 솜털에 싸여
목련꽃 봉오리 벙글었다
금세 터질 듯...

이맘때면 젖어드는
아련한 목련꽃 추억

사춘기 소녀의 손끝에서
피어오른
탐스런 자목련 꽃송이들
교실을 넘어 넓은 하늘에
웃음소리 섞여 날리던
연푸른 시절의 향기로움,
자목련 꽃 닮은 우아한
삶이었을까, 그 애들은?


일하던 이국의 병원 뜰에서 만난
흐드러진 백목련 꽃나무들
꽃잎 떨어진 벤치에 홀로 앉아
고향집으로 마구 달려가곤 했었지
외롭고 목마르던 젊음의 때,
한 자락
생의 자양분 되어 나를 키웠는가

내 속에 쟁여진 너,
목련!
젊은 날을 수놓은 꽃이여!

<이한나/플러싱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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