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멍띵 사원’

2023-03-28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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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장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회사에 멍띵 사원이 많다는 것이다.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면 정신은 멍하고 머리는 띵하여 제대로 일을 못하는 사원이 멍띵 사원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 잡지 Harvard Business Review가 ‘Mommy Track(엄마 발자국)’ 이란 이론을 발표하자 여성들의 대대적인 반발을 샀다고 한다. 이 이론은 회사가 여성 직원을 채용하면 돈이 많이 들어 비능률적이라는 말이다.

임신 육아 과정에서 여자 직원은 휴가도 많이 내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남자 직원이 훨씬 돈도 적게 들고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로서는 월급 준만큼 생산력을 올릴 수 없다는 이론이다. 엄마로서의 발자국(역할)때문에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없으므로 회사로서는 손해라는 이론이다.


그럼 멍띵 사원이 더 효과적이냐, 임신과 육아의 부담이 있는 여성 사원이 회사 운영면에서 효과적이냐 하는 문제는 좀처럼 쉽게 풀 수 없는 경영학의 난제이다.
술은 여자에 비하여 남자가 훨씬 많이 마신다. 알콜 중독자처럼 술을 심하게 많이 마시는 자가 미국 남자 1,900만 명, 여자 570만 명이며(1985년 통계) 남자 음주자의 43%가 보통 마시는 자이고 여자는 18%로 훨씬 떨어진다.

밤늦게까지 마시고 아침에 출근한 회사원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술뿐이 아니라 약물(drug) 사용도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다. 그러니 일의 능률면에서 쉽게 결론 내릴 문제가 아니다. 멍띵 사원이 능률적이냐 임신 산모가 능률적이냐 하는 것은 따지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어느 회사에도 남자들이 여자보다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성경의 창조설화는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벌로 남자는 땀을 흘려 일을 해야 먹고 살게 하고 여자는 해산의 수고를 갖게 하였다고 한다. 남자의 땀, 여자의 산고를 배신에 대한 징벌로 풀이한 것은 재미있는 착상이다. 일을 고달프게만 생각하지 말고 출산을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고 사람의 본분으로 받아드리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세계 명화들이 노동의 신성성을 부각한 것은 주목할 점이다. 가령 밀레의 명화 ‘만종(晩鍾)’ 에서 빛의 초점을 멀리 보이는 교회당이나 인물에 두지 않고 농부의 농기구 호미에 둔 것은 노동에 그림의 포인트를 둔 것이다. 화가 듈러의 명화 ‘손’은 자기의 그림 공부를 위하여 친구가 심한 노동을 하며 몹시 거칠어진 손을 그린 것인데 역시 노동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무슨 일을 하든 일을 밥벌이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신성한 나의 활동으로 볼 때 일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열정을 붓게 된다. 일을 하며 하나님을 생각하면 그 또한 예배이다고 문호 톨스토이는 말하였다. 일본의 무교회주의자 우찌무라는 그대의 일터를 교회당으로 만들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하였다.

옛날 성자라는 사람들은 고행(苦行)을 많이 하였다. 자신의 몸을 몹시 고통스럽게 함으로서 정신 수양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종교개혁자 루터도 교황청의 높은 돌계단을 무릎으로 올라가는 고행을 하다가 새 사람이 되는 것이 고행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아드림으로서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종교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것이다. 기독교의 기본 진리는 행함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받음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70년대 초 미국에 이민 와서 남의 집 청소도 하고 잔디 깎기도 하였다. 안 하던 노동이라 힘이 들었지만 잘 참고 견디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일을 시킨 사장은 장난으로 ‘청소학 박사’라는 학위 증서를 주었다. 사람은 닥치면 무엇이나 할 수 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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