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뉴욕한인사회를 움직이는 실세가 누구인가, 직능단체가 아닐까

2023-03-22 (수) 김성준/대뉴욕지구 보험재정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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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으로 치닫는 듯 하던 뉴욕한인회 38대 회장선거가 타협을 통해 뜻밖의 생산적인 이정표를 제시하게 된 것은 뉴욕한인회뿐 아니라 그 과정을 지켜보던 한인사회를 위해서 매우 다행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다. 마치 어둠속에서 빛을 보는 것 같은 희망 같은 것이다.

한인사회 문제를 미국 법정으로 끌고 가지 않고 한인사회의 시민법정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김광석 후보측의 지혜와 한인사회의 여론을 받아들여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한 진강후보측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해서 4월30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챨스 윤 회장은 뉴욕한인회의 체면을 유지하게 되었다. 여하간에 언론보도에 의하면, 뉴욕한인회는 정상화 위원회를 5월1일부로 발족시키고, 올해 12월까지 회칙을 개정해서 이번에 무산된 38대 회장선거를 시행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회칙을 개정한다”는 말이 필자의 관심을 끄는 바, 뉴욕한인회 회칙 개정과 관련하여 필자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뉴욕한인회가 회칙을 개정하기 위해서 우선 던져야 할 질문이 매우 중요하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한인사회를 움직이는 실세가 누구인가’ 이다.

뉴욕한인회는 수위권이 인정되는 한인사회의 ‘상징적 대표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소위 50만 동포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해도 될만큼 미미하다. 영사관과 한국정부가 인정할 뿐이다. 이민생활에 바쁜 대부분의 한인들은 뉴욕한인회가 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뉴욕한인회가 없어도 이민생활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지역 직능단체들은 나름대로 이민생활에 성공한 한인들의 단체일 뿐만 아니라, 각자 대변하는 지지기반과 재정적 능력을 갖고 있으며, 각자 목적을 위해 각자 지지기반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뉴욕한인회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한인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실세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인사회를 움직이는 실세는 지역 직능단체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뉴욕한인회는 한인사회의 실세를 회칙에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절대적으로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뉴욕한인회는 동포사회의 실세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해 본 적이 없고, 알고는 있지만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고사하고, 들러리로 이용하려고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실세들도 자기들이 실세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왔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기회에 지역 직능단체들이 자기들이 실세라는 사실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뉴욕한인회는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비영리단체로서 2년 임기의 회장중심체제에서 영구적인 이사회체제로 가야 한인사회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매 2년마다 50만 한인을 대상으로 불특정 다수표를 긁어모아야 회장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선거제도이다.

동포사회를 움직이는 실세들을 이사회에 끌어들여 이사회를 구성하고,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회장을 뽑고, 책임을 묻는 제도로 가야 뉴욕한인회가 상징적 대표로서가 아니라 실질적 대표로서 동포사회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미국 주류사회를 향해서 우리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성준/대뉴욕지구 보험재정협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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