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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 뉴욕한인회, 2세 전환 지금당장은 시기상조

2023-02-28 (화) 류제봉/전 퀸즈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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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때 미래는 오늘이 있어야 존재하고, 과거 없이는 오늘 또한 있을 수 없다. 어제가 바로 역사이고 어제를 토대로 오늘 내가 변호사, 의사가 되고 대통령도 되는 것이다. 어제가 없으면 부모도 없으니 오늘 나 또한 존재할 수가 없다.

뉴욕한인사회 리더 중의 한사람으로서, 필자는 지난 4년간 1.5세가 이끌어 온 뉴욕한인회를 지켜보아 왔다. 이들은 미국에서 공부를 한 영어권 세대의 이점을 살려 1세대보다 잘한 부분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1세대가 그동안 땀 흘리고 헌신해서 이룬 기틀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이 점을 2세대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난 4년간의 뉴욕한인회를 보면 부모 세대와 선배들이 이룬 역사를 지우지 않았나 하는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제 38대 한인회장 선거 진행 방식을 보아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한인회 역사지우기: 뉴욕한인회 웹사이트의 역대 회장단 소개 페이지 https://www.kaagny.org/kr/past-leadership)를 보면 역대 회장들의 사진만 달랑 있고 소개는커녕 이름조차도 없다. 한인회 63년의 역사는 겨우 126자로 축소되어 있다. 60여년동안 땀흘려 오늘의 한인회를 이룩한 역대 회장들을 무명으로 전락시킨 것은 역사를 지운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아마 오늘 이후는 웹사이트 내용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2) 뉴욕한인회 1.5+2세대의 불공정한 한인회장 선거진행: 1.5세 뉴욕한인회장이 임명한 사람들로 구성된 제38대 회장선거 선관위와 2세 후보의 최근 행보는 그들의 부모 세대를 경시하는 아주 좋은 샘플처럼 보인다.

온라인과 인터넷 사용에 익숙지 못한 비디지털 세대인 1세들의 한인회장 선거 참여 기회를 대폭 축소시킬 수 있는 온라인 투표 결정도 모자랐는지 직접 투표 장소로 접근이 어려운 맨하탄의 미국변호사협회 사무실로 정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투표는 부정투표를 막을 수 없어 미연방정부에서 금지하고 있고, 과거의 모든 총회는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퀸즈에서 개최되었는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의구심이 앞선다.

또 회칙까지 무시하며 1세 후보의 출마 자격을 박탈시키는 행위, 공정과 상식이 강조되는 민주주의 국가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이루어지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3) KCS(한인봉사센터)의 불공정함: 현재 KCS는 2세 중심의 이사회가 주요 결정을 내리고 있다. 1세대가 30년간 온 힘을 다하여 한인사회의 성금과 정부의 지원금으로 마련한 후 2세에 물려준 KCS 한인커뮤니센터의 최근 행보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이번 한인회장 선거와 관련, 한인사회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자는 기치아래 뉴욕한인사회 구성원이 모여 제1회 ‘시민법정’을 개최하기 위해 KCS 한인커뮤니티센터에 사용 신청을 했더니 이를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사유로 거부를 당한 것이다.


한인들의 모금으로 건립된 회관이 한인사회 이슈로 사용하려는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 건물은 누구를 위한 건물인가. 현재 1.5세와 2세가 주축이 된 뉴욕한인회 회장 선거의 어느 한 후보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된다.

KCS백년기획위원회의 일원으로 지난 수년간 현재의 커뮤니티센터 구입을 위해 기금 모금 활동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서글픈 마음이 앞선다.

미국의 교육을 받고 언어에 불편이 없는 1.5세와 2세들이 이런 이점을 살려 1세대보다 한인사회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으로 한인사회 봉사단체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예들은 미 주류사회에서 한인의 근면성과 훌륭한 인성을 인정받으며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대다수 한인2세들에게 본이 되지 못한다.
한민족을 탄생시킨 고조선의 건국 이념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이다.

우리 민족이 인성과 도덕, 옛것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전통은 이 홍익사상과 인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부디 이 좋은 사상을 바탕으로 한인1세대는 2세대의 좋은 역량을 살리고 2세대는 부모 세대의 공적을 살려 함께 미국속에 한인사회 미래 건설에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1세대가 건재하니 지금 당장 2세대로의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류제봉/전 퀸즈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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