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좋은 뉴욕한인회가 되길 바란다

2023-02-24 (금)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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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치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함축적인 말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표현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전 정권에서 주야장천 이 민주주의 가치를 외쳐댔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허울과 공염불에 불과하다. 좋은 가치와 이념도 오용이나 남용이 아니라 실용하고 선용해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 가치 중 중요한 하나가 기회의 평등이다. 산업화와 다원화 사회로 발전해 오면서 적재적소에 인재들이 등용돼야 하고 여기에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관리나 직원 채용시에 소위 혈연, 지연, 학연과 가문에 의해 끼리끼리 임명되는 엽관제라는 것은 조직의 패악이다.

두 번째로 정무직이 아닌 선출직 공무자는 어떠한 외부의 제약이 없이 채용을 위한 상식, 법적 근거에 의해서 선출과정에서도 투명하고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공정성을 잃어버린다면 그 조직과 사회는 썩기 마련이고 암적인 것이 존재하게 된다.


셋째로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미국의 학교교육에서 과정이 틀리고 결과로 답만 맞으면 안된다고 배웠다. 이처럼 과정이 공정하고, 정의롭고 답다운 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 목적에만 지향하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아주 나쁜 선례가 몸에 배었으니 그 또한 패악이다.

이 세 가지가 지켜지고 선용하게 될 때 그 조직은 활력과 발전이 기대된다. 그러나 인맥의 등용은 원칙과 법, 상식이 무시되고, 중구난방으로 입맛에 맞게만 운영이 되며 조직은 활력을 잃고 와해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행태를 학계서는 학문의 동종교배, 근친학문이라 하여 적극배제하고 있다. 멘델의 법칙처럼 우생학적으로도 순종결합은 열성 돌출의 위험성과 약성을 타고 나지만, 이종(잡종)결합은 강한 우성의 돌출과 강성을 타고나며, 자연계나 생물사회학에서도 같은 논리이다.

그래서 무지개가 아름답듯이 인류학에서도 단일민족사회의 신화를 넘어서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가는 하이브리드 사회가 대세이다. 이처럼 절대적으로 끼리끼리 해서는 안되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우리 한국민족은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데, 세계 7위 경제대국답지 않게 정치는 패거리정치로 세계 최하수준이 그대로 이민사회에서까지 이식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38대 뉴욕한인회장 선거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게’ 한인디아스포라 축제로 치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혹여나 그렇지 않게 되면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한인회에 그 나물에 그 밥이, 도루묵이 아니라 브랜드가 있는 한인회가 되기를 바란다. 들리는 것은 다 헛소문이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포용, 타협, 사랑으로 한인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인회의 리더들의 일이 아닌가. 구멍가게에도 상도가 있다던데...이것만은 명심하기를 바란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이 땅이 어느 땅인가. 후손에게도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노재화/전 성결대 학장·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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