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 론 - 위대한 에너지 사랑

2023-02-21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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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사람 중에 이연호 목사가 있다. 그는 유능한 설교가이며 부인은 약제사이다. 큰 교회를 맡을 수 있고 약국도 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부산 좌천동 빈민촌에 들어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대변자가 되고 부인은 약을 얻어다가 무료로 치료해 주었다. 나도 그들에게 배우려고 일요일 오후 그 교회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일본인 중에 내가 가장 존경하던 인물은 가가와 도요히꼬(霞川豊彦)씨이다. 그도 유능한 목사이나 동경 시나가와 빈민촌에 살며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평생을 살았다. 패전 일본의 초대 군정관 맥아더 장군이 가가와씨를 불러 “내가 일본 사람들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겠습니까”하고 묻자 그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죄인들이지만 그들도 하나님의 자녀이니 사랑으로 다스리십시오”하고 대답하여 맥아더 장군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나는 한국전쟁(6.25사변)때 18세였는데 친척을 찾아 전라도 구례에 갔다. 일요일 교회에 가서 조동진 목사께 인사를 드렸더니 조목사는 매우 반가워하며 “하나님이 자네를 이곳에 보내셨군. 다음 주일부터 마산교회에 가서 설교를 하게.” 하고 말씀하셨다. 신학교는 구경도 못한 나에게 엉뚱한 제안이었으나 나는 “예, 해보겠습니다.”하고 대답해 버렸다.


교회는 지리산 밑에 있는 산골 교회인데 여자가 40명쯤 남자는 두 사람뿐이다. 동네 남자들은 국군에 징집되지 않으면 산에 올라가 공비가 되었다고 한다. 모처럼 총각 하나가 산골에 들어왔으니 대환영이었다. 현찰은 없으니까 교회에 무 콩 배추 호박 등 농산물을 가지고 왔다. 악수를 하자고 손을 잡으면 놓지를 않는다. 그렇게 사랑에 넘친 사람들을 만나본 일이 없었다.

찬송가 작가의 이야기를 한 토막 해야겠다. 존 포셋 목사는 이삿짐을 실은 달구지를 끌고 동네를 떠났다. 런던의 큰 교회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이다. 동네를 떠나 언덕까지 왔을 때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큰 교회가 좋다고 정든 사람들을 떠나도 되는 것인가?” 그는 반성하고 다시 옛교회로 돌아가 짐을 풀었다. 그리고 그날 밤 지은 시가 찬송가 325장이다. ‘주 미는 형제들 사랑의 사귐은/ 천국의 교제 같으니 참 아름다운 교제라/ 하나님 보좌 앞 한 기도 드리니/ 우리의 믿음 소망이 주 안에 하나라/

내가 존경하는 친구 중에 사랑에 넘친 훌륭한 사람이 있었다. 황광은 목사이다. 그는 자기 교회서 설교를 하고 오후에는 한강 난지도로 간다. 거기에는 가족이 없는 소년들 백여명이 집단생활을 하며 넝마주이를 하여 먹고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소년들의 수호신이 되었던 황목사!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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