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맨하탄 민달팽이

2023-02-13 (월) 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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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불사한 전쟁터라 불렀지
검은 숨을 몰아쉬던 두 뿔처럼
콘트리트 바닥을 기던 차가운 구두소리
그날의 그 모퉁이 어제인 듯 여기 있다

녹슨 문고리 같던 궤적을 지나
걸어가는 작고 가벼운 내 어깨 위로
못다한 일 움츠려던 고개든다
두 손 모자란 듯 받았던 사랑
어스름 햇볕에 쏟아진다

저녁 노을 바알간 볼 흐드러지고
내 유년의 들꽃도 빙그르르 안겨온다.

<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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