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가을추수

2022-10-03 (월)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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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지쳐 있던 시절이 있었지
온갖 노고는 빈 밥그릇
채우는 일 이었어
뿌리거나 심지도 아니하였으니
무슨 가을걷이 할 것이
있다고 이러나
인생 훔쳐 잘못 산게지
노년들어 할말이 없구나
이 은혜로운 가을아침

높다란 전선주 고압선 위에
줄지어 앉아 있는 참새떼
햇살속에 몸을 말리는 모습 보며
종갓집 앞 너른 황금들녘
사당패같은 허수아비
방울소리따라
소년은 팔을 들어 워-워
소리쳤지
그때나 이때나 찬서리 내리기 전

겨우내 먹을 식량준비 구수회의
오늘 누구네 나락서리 가나 사즉생
작당하는 듯 머리 맞대고
날개짓하니
느네들이나 우리네나 무엇이 다르랴
모두 같은 운명 (코헬렛 9 장 2-3절)
세월 지나 이제사 깨닫는다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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