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불매기심 만시지탄

2022-09-29 (목)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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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으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말을 전해들었다. 한인사회내 성인데이케어에서 등록만 하고 나가지 않아도 월에 200달러, 300달러 심지어는 800달러까지 돈을 받는다고 했다. 데이케어의 비리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데이케어가 나타나게 된 배경을 소상히 알고 있는 나는 데이케어가 이렇게 까지 타락하고 있는 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데이케어서비스의 배경에는 Managed Long Term Care (MLTC)가 있다. MLTC는 양로원의 대안으로 개발된 프로그램. 두 가지의 장점을 배경으로 한다. 양로원에 입주할 만큼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환자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커뮤니티를 떠나지 않고 너싱홈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때,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진다는 것.

그리고 메디케이드의 입장에서 볼 때 비용면에서 너싱홈보다는 적게 지출된다는 것. 환자나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상호 득이 되는 좋은 대안으로 시행되었다.


MLTC의 수혜자격은 양로원에 입주할 정도의 환자로 120일이상의 장기보호가 필요한 메디케이드 수혜자를 대상으로 하고, 서비스 내역들은 크게 4가지, 즉 개별관리Case management, 가정간호 Home Care, 병원 및 데이케어에 갈 수 있는 운송
Transportation, 그리고 집에만 오래있으면 고립감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데이케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데이케어는 Medical Daycare와 Social Daycare로 구분되는데, 한인사회에서는 Social Daycare가 대부분. MLTC는 Case Management는 직접 하지만, 다른 분야들은 경우에 따라 서비스 프로바이더들과 서비스 계약을 하고 일정의 비용을 지불하는데, 홈케어나 운송 등은 라이선스가 필요하지만 소셜데이케어는 특별한 라이선스가 요구되지 않고 사업자 등록을 하고 LMTC와 계약을 하면 업무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

Social Daycare Center가 환자 한 분을 케어 하면, 하루 80달러 정도의 비용을 MLTC로부터 받을 수 있다.
장기보호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케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메디케이드만 있으면 모든 것이 무료라고 홍보하며 장기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 분들을 환자로 만들어 MLTC에 등록하고 데이케어에 오게 하면서 비리가 시작된다.

감사가 오면,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준비된 지팡이를 의도적으로 짚는 예비교육이 실시된다는 증언. 노인복지와는 전혀 관계없던 사람들이 데이케어가 비즈니스로 이윤이 창출된다는 이유로 데이케어 센터들을 만들며, 환자만들기 뿐 아니라, 환자가 A센터에서 B센터로 이전하면 돈을 주고, C센터로 이전하면 웃돈을 더 주고, 경우에 따라 환자들이 그룹을 만들어 센터들을 선회하며 웃돈을 더 주는 곳과 협상을 하는 수준으로 오염이 되었다.

최근에는 등록만 하고 센터에 오지 않아도 한달에 200달러, 300달러 경쟁적으로 상승하여 800달러까지 지불한다는 놀랄만한 일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센터의 입장에서 보면 환자가 주에 3일을 나오면 월에 12일, 하루에 80달러이면 960달러의 비용을 받을 수 있는데 800달러를 주더라도 160달러가 남는다는 계산. 오염의 수준이 이미 도를 넘었다.

원칙으로 돌아와야 한다. 메디케이드는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개인들께 제공하는 의료보장제도인데, 이렇게 불법으로 메디케이드의 자원이 유용된다면, 서비스가 꼭 필요한 환자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만해 한용운의 교양독본에 “무슨 일이든지 성공이나 실패보다 옳고 그른 것을 먼저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라는 고언. 채근담에 불매기심(不昧己心:자신의 양심을 어둡게 하지 말고)… 아니면 만시지탄(晩時之歎: 후회해도 때는 늦으리).

양로원에 이전되어 외롭게 투병해야 할 환자에게 내가 살고 있는 집과 지역사회를 떠나지 않고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MLTC의 철학과 원칙을 지지키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기본자세이다.

한인사회에서 센터를 비리로 운영하는 측이나 자격이 되지도 않으면서 환자로 등록하고 있는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은 자숙하기 바라며, 건전한 한인사회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본이 되려는 많은 1세들의 노력에 누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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