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김구 선생의 소원

2022-09-2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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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소원했다. 그가 염원한 나라는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막강한 나라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기꺼이 가진 것들을 나누고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는 미덕을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 서로 배려하고 보듬으며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였다. 그는 이런 나라를 위한 선제조건으로 무엇보다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단어는 바로 문화가 아닐까. 문화는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모으고 인종간의 마찰이나 증오감 등을 해소시켜 서로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사회가 점점 폭력과 범죄로 병들어가고 인종간에 극심한 적대감으로 사람이 사람을 보기가 두렵고 인종간의 장벽이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미국인들 사이에 코로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견해가 생기면서 코로나 사태후 극성을 부리는 반 아시안 범죄 때문에 한인 노약자들까지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 결과 뉴욕시 아시안 노인 4명중 3명이 증오범죄가 무서워 외출을 꺼리는가 하면, 아시안을 겨냥한 ‘묻지마 폭행’은 물론, 무차별 강력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시안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평소 우리가 타민족과 서로 다른 문화를 교류하며 이웃으로 가까이 지내고 그들과 가진 것을 나누면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왔다면 우리에게 적대감을 보일 수 있었을까. 우리가 미국에 살면서 얼마나 타인종의 삶이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아왔는지 자문해 보게 된다.

타민족에 대한 무관심이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지, 우리는 지금 확실하게 겪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불평만 하고 있을 것인지...
지난 노동절 연휴 3일 내내 수만 명의 인파가 모여든 롱아일랜드 인디언 마을 축제에 가보니 인디언의 문화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말로만 듣다 직접 보니 그들에게 벌써 동화되는 느낌이었다.

이번 축제에서 알게 된 것은 이곳 인디언 마을이 미국정부로부터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고 1천여명의 주민들이 일정 부분 연방정부의 지원금으로 살아가고 있는 점이었다. 종교는 놀랍게도 기독교였다. 인디언들은 이날 고유의 전통춤과 의상, 노랫가락을 선보이며 한과 설움을 달래는 듯 했다

우리가 범죄의 목표가 되는 것은 타민족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그리고 우리끼리만의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미국은 다양한 문화 민족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멜팅 팟’, 혹은 ‘인종의 용광로’ 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나라다.

하지만 미국사회에 경제적으로 우뚝 섰고 뉴욕의 인구가 50만이라고 자부하는 한인들이 과연 타민족의 문화와 삶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타커뮤니티와 얼마만큼 교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대인은 숱한 부침 속에서도 4000년 가까운 방랑생활 속에서도 굳건하게 살고 있다. 그것은 자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결과이다.
한인들도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한민족의 얼과 뿌리를 담은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민족의 문화를 알기 위해 노력하며 이들과 함께 동화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공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인들이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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