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색(色, Color)의 미학

2022-09-19 (월) 폴 김/재미부동산협회 상임이사·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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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을 때 각국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위쪽에는 파란 불빛이, 아래쪽에는 빨간 불빛이 비추어졌는데, 이는 영국 국기색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라색 불빛을 밝힌 것은, 보라색이 1952년 여왕 즉위식에 사용된 로브(Robe) 색이었고, 올해 즉위 70주년 기념행사 로고색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또 얼마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째인 8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과 겹친 날에도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의 국기색인 파랑색과 노랑색 조명등을 이용하여 평화를 기원하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이처럼 색은 자신의 대표성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당들이 각기 다른 색으로 엠블렘(Emblem)에 사용하는 것도 이런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육체노동자와 사무직노동자를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로 부르는데, 이는 청바지의 푸른색과 와이셔츠의 흰색을 차용하여 두 계층을 상징하는데 사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이를 더 세분화하여 친환경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그린칼라’라 하고,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직 종사자는 ‘골드칼라’라고 이름 붙였다. 재미부동산협회의 로고에서도 색의 상징성을 활용하였는데, 도안으로 사용한 ‘집’ 모양은 ‘부동산’을 나타내고, ‘Realtor(부동산중개사)’를 함축하는 ‘R을 ‘흰색’ 바탕에 ‘빨강/파랑’의 태극문양으로 형상화 함으로써 한인부동산단체임을 천명하였다.

때로 색은 차별성을 강조하여 대립을 격화시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흑백논리로서, 과정이나 절충은 무시하고 결과만을 가지고 ‘Yes or No’식의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하는 경우이다. 또한 ‘~가 아니면 ~다’라는 식으로 생각 자체가 흑백사고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것도 비슷한 유형이다.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거나, 대화 중에 ‘너 좌파인 것 같은데?’ 하고 떠볼 때, ‘그렇지 않아’라고 하면 ‘너 우파구나’ 하고 단정하는 행위들이 그 예이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어이없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많이 목격할 수 있는 대화 내용들이다.

색의 차별성이 정점을 찍은 것은 피부색을 가지고 벌이는 인종차별이다. 실로 인류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가장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오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아직도 곳곳에서 이로 인해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부동산 업계는 1968년 Fair Housing Act(공정주택법)가 제정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차별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보완해 왔으며, 요즘 들어 더욱 엄격하게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색의 다양한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색은 캐릭터(Character, 특색)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숙제이지만, 나는 어떤 색(색깔, 특색, 캐릭터)을 가진 사람인가? 나는 어떤 색으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어울리면서 어떤 조화로운 색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가? 항상 자문하고 답을 구하며 살아갈 일이다.

<폴 김/재미부동산협회 상임이사·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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