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재들의 풍류

2022-09-01 (목) 김길홍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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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생각

풍류는 로맨틱한 표현이고 말을 바꾸면 건방이다. 보통 사람이면 그런 행동이 우스꽝으로 치부 하겠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풍류로 남는다. 내가 만난 몇 사람을 소개한다. 먼저는 양주동 선생이다. 고려대 교수로 생을 마친 그는 천재 중의 한 사람이다. 특이한 것은 자칭 천재다.

알려진 바로는 그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급정거 하여 덜컹 하니 왈 “하마터면 국보가 다칠 뻔 했네.(죽을 뻔) “라고 엄살을 부렸다나. 그런가 하면 그가 한시를 하나 우리에게 소개할 때 자기 아내에게 모래 한 바케츠를 담아 옥상으로 날라 오라고 했다. 멋모르는 그녀가 끙끙대고 올려오니 그 모래를 바닥에 깔아 놓고 그 위에서 한시를 읊었다나. 무식한 마누라가 자기의 마음을 알겠느냐?‘는 익살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머님의 은혜‘'란 노래를 작시 하였다. “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괴로울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고 ....” 감동을 주는 노래다. 그가 본인이 다니던 학교에 특강을 올 때 특강비 봉투를 서무과에서 주면 그 자리에서 뜯어서 세어 보고 “술 한잔 값은 되는구먼.” 하고 주머니에 돈봉투를 집어넣었다는 풍류가다.
다음은 이어령 선생이다. 본인이 대학 다닐 때다. 이화여대 교수인 그가 와서 특강을 하는데 갑자기 조용하다가 자기는 참 불행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기는 존경할 선배가 없고 자기를 따라 올 후배도 없다. “고 했다. 그의 언변이나 문학 지식은 탁월하였다. 그러니 밉지가 않았다. 하나의 풍류이니까.

그가 딸 이민아의 속을 오랫동안 태웠다. 변호사요 목사인 딸인데 아버지인 그가 예수를 안 믿으니. 늦게 예수를 영접하고 열심히 전도 하다가 하늘나라에 갔다. 하늘나라에서 만난 두 사람 얼마나 기뻤을까.

마지막으로 도올 김용옥 선생이다.
그는 한국 신학대학 후배다. 그가 한국신학대학에서 고려대학으로 갈 때 난 연세대로, 그가 하버드대로 갈 때 난 프린스턴 대학으로 갔다. 여기까지는 나도 천재 계열에서 뒤지지 않았다. 그 다음이 문제다.

그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 신학 대학의 석좌교수가 되었고 난 목회 한답시고 박사 학위를 포기한다.

솔직히 롱아일랜드(L.I) 에서 목회하며 프린스턴 대학까지 다니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는 중국에 가서 박사 학위를 하나 더 받는다.
양 날개를 단 그는 역사, 학문, 신학까지 자주 자만끼까지 나온다. 그래도 밉지 않다. 그는 천재니까.
김길홍 <원로목사>

<김길홍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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