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꿈꾸는 사람

2022-08-23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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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인 세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터 킹을 꼽을 것이다. 워싱턴은 영국의 통치로부터 미국을 독립시킨 국부, 링컨은 노예제도 해방자, 그리고 킹은 위대한 인권운동가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민중을 이끌고 고향 앨라배마로부터 워싱턴까지 대행진을 하였다.(1968년) 그때의 연설 일부를 소개한다. “나는 꿈꾼다. 나의 아들들이 피부의 색깔이 아니라 그들의 품성과 인격으로 평가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이 나라가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의 천국이 되고, 우리가 손을 잡고 함께 일하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즐길 평화의 동산이 될 거라고. 나는 꿈꾼다.

낮은 골짜기는 돋우어지고 높은 언덕은 낮아지고, 황무지가 평탄해지며, 하나님의 영광과 공의가 두루 퍼질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나는 꿈꾼다. 절망의 산에서 희망의 돌을 캐 낼 수 있음을.이 나라를 덮은 시끄러운 불협화음(不協和音)을 아름다운 교향곡으로 바꿀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위인이란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꿈을 심어준 사람이 위인이다. 절망을 주는 사람이 악인이고 희망을 주는 사람이 위인이다.

예수의 제자였던 베드로에 대한 일화가 있다. 예수 처형 후 그의 제자들에게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베드로는 급히 예루살렘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 때 그에게 부활하신 예수가 나타났다. 베드로가 놀라서 묻는다.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예수는 “나의 제자인 너까지 도망가고 있으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처형되려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베드로는 회개하고 예루살렘에 돌아가 자진 체포되고 그의 요구를 따라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 순교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어디로 가십니까하는 말이 라틴어로는 쿠오바디스인데 쿠오바디스란 세계 명작 소설이 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실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던져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모든 시위운동은 무저항 비폭력주의였다. 그러기에 그의 영향력은 더 컸다. 그는 교도소에 다섯 번 수감되었고 그의 집이 두번 폭파 당하였으며 죽이겠다는 위협전화를 날마다 받았으며 칼에 찔려 죽을 뻔 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비폭력으로 시위를 하였다. 그는 이런 고백을 하였다. “나는 예수의 사랑 정신과 마하트마 간디의 무저항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다.”

워싱턴 대행진 때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형제이다. 흑인의 자유와 백인의 자유는 맞물려있다. 어느 한 곳만의 자유란 있을 수 없다. 자유를 갈망한다고 해서 증오의 잔으로 자유를 마실 수는 없다.” 그에게 있어서 평등 자유 평화는 모두 한 선상에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는 미국이 낳은 위대한 인물이었다.

킹 목사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폭력을 쓰지 않는 것만이 현대의 혼탁한 정치와 도덕에 대한 해결책이다. 압제와 폭력을 극복하기 위하여 또 다른 종류의 폭력을 써서는 안된다. 비폭력은 아프고 괴로운 과정이지만 거기에만 속량(贖良-Redeem)의 힘이 있다.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는 예수의 비폭력주의를 연상케한다.

한국의 기미년 만세운동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철저한 비폭력주의로 일관하였기 때문이다. 비폭력이 무장 폭력보다 강할 수 있다. 군사정치의 종식을 외치는 4.19학생시위 때 학생들이 거리에 나가지 못하도록 탱크 한 대씩이 대학에 배치되었는데 탱크 앞에 막아 서있는 어느 여대생의 사진이 대표적인 사진이었다. 비폭력 시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 한 명의 여대생 때문에 탱크가 그 학교에 진입하지 못하였다. 비폭력의 승리였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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