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석존과 선열을 기리며
2022-03-03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이제 봄볕이 따뜻한 삼월입니다. 한국 달력에는 모레가 겨울을 벗고 봄을 입고 나서는 경칩이며, 그 뒤로 한 보름 지나면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절기임을 가리켜줍니다. 천지자연의 화창한 기운을 따라, 사람의 살림살이에도 생기가 솟아나며, 사랑과 자비 화합을 북돋우는 다정한 분위기가 누리에 감돌기를 기대해봅니다. 엊그제는 일백 삼년 전에 우리 겨레의 자주와 독립을 외치며 만세운동을 펼쳤던 삼일절을 맞아, 실리콘벨리 한인회관에서 이 지역 주위의 여러 한인단체들이 마음을 모아 공동으로 연합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선열들의 고귀한 애족정신과 순국희생 업적을 되새기며, ‘홍익인간 이화세계’ 이상을 추구하는 평화로운 민족정기를 이어받아 성실히 나가기를 다짐한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지역협의회가 열립니다. 당면한 우리의 과제인 분단의 평화적 해결 즉, 미완의 광복을 온전히 하는 일에 동포들이 앞장서며, 이웃민족들과 소통 협력하는 공공외교 대열에 동참할 것이 요청됩니다. 다음주중에는 본국에서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습니다. 국내외의 복잡하고 다난한 상황 속에서, 민족의 발전과 지구촌의 평화 및 번영에 솔선수범하는 훌륭한 지도자의 선출을 기대해 봅니다.
일주일 뒤에는 대승 불교인들이 기리는 석존의 ‘출가절’(음 이월초파일), 보름 뒤에는 ‘열반절’(음 이월보름)을 맞습니다. 이는 이른바 ‘부처님 오신 날’로 알려진 음력 사월초파일 및 ‘성도절’(음 납월초파일)과 함께 4대명절로 불리며, 붓다의 역사적 일생을 종교적으로 추억하고 기념하는 날들입니다. 2646년 전 인도 북부 룸비니 동산에서 사월파일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시고, 스물아홉 살 되는 해 이월초파일 정반왕궁을 떠나 출가하시어, 서른다섯 살 되는 해 납월(섣달)초파일 붓다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하시고 석가모니 붓다가 되신 뒤에, 45년간 설법교화 하시다가, 여든 살 되는 해 이월보름에 쿠시나가라 사라나무 아래서 열반에 드셨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그분이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길을 따라 가보려고 다짐하는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찰이나 선원에서 이월 초파일부터 보름까지 일주일동안을 특별정진기간으로 정하고, 석존의 출가정신을 기리며 열반시의 유훈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습니다. 일반인들 누구나 선망하는 왕궁의 부귀영화와 태자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생사의 고통을 초월하고 궁극적 진리와 영원한 자유 및 행복을 추구하려는 웅대한 용단은 인간 만고 최상의 표본으로 칭송되어 왔습니다. 특히 부처님 지상최후의 유훈 설법, “진리로 등불 삼고 (法燈明) 스스로 등불 되라 (自燈明),” “게으르지 말고 (不放逸) 부지런히 가라 (精進)”는 당부의 말씀을 우리 모두 음미해 보고 몸소 살아내도록 애써야 하겠습니다. 불기(佛紀 Buddhist Era)는 붓다께서 돌아가신 다음해부터 그 날을 기념하여 계산해온 것입니다. 누구나 부모님 등 인연 깊은 분들의 돌아가신 날을 기념합니다. 지혜와 자비의 상징으로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신 붓다의 열반절을 기림은 누구에게나 마땅한 도리일 것입니다.
부처님께 공양하고 기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가장 뛰어난 것은 ‘법공양’ 즉, 부처님 가르침(진리/법)을 공부하고 수행함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장 바라시며 기뻐하시는 공양입니다. 불교인 즉, 불교를 따르는 이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여, 우주와 인생의 실상과 진리를 깨달아 붓다가 되겠다며 작심하고 발원합니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라도, 진리의 빛으로 자기실현을 하려는 사람이 진정한 불교인이며, 이웃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이가 참 보살이라 하겠습니다. 이 좋은 시절에 붓다를 기리고 감사하며, ‘법희선열’ 즉 진리의 기쁨과 수행의 즐거움 누리시며, 영적인 성숙의 보람 크시길!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