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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란의 소식은 들려오는데…

2021-12-27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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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이 창궐한다. 대기근이 발생하고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병란(兵亂)의 소식이다…’-. 현대식으로 고쳐 쓰면 이렇다. ‘…팬데믹과 함께 경제적 불황이 덮치고 뒤따르는 것은 전쟁이다…’-.

하루에 수천, 수만 명이 코비드 19으로 죽어나가던, 그러니까 가장 ‘끔찍한 한 해’(annus horribilis)로 기억되고 있는 2020년. 그 해 5월 포린 폴리시지가 ‘혹시…’하는 불안한 시선과 함께 던진 ‘시나리오’성의 전망이었다.“지속적인 경제불황은 보호무역주의에, 초(超)내셔널리즘을 불러오고 이는 파시즘 대두로 이어졌다. 그리고….” 대공황 이후, 그러니까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1930년대 상황의 재현이 코비드 팬데믹과 함께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성의 지적을 한 것이다.

동시에 이런 질문도 던져졌다. ‘한 국가나, 국가 지도자가 전쟁을 결정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동인은 무엇인가’하는, 안보가 지목됐다.


장기적 힘의 균형이 적성국에게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고 판단될 때 전쟁발생 확률은 더 높다는 것이다. 힘의 균형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나름 일종의 예방차원에서 전쟁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역사학자 A. J. P. 테일러는 1848년에서 1918년 사이 강대국 간에 벌어진 전쟁의 거의 다가 정복전쟁이 아닌 이 같은 예방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전쟁의 소리는 더욱 소연(騷然)해지고 있다. 코비드 팬데믹 2년째인 2021년 내내.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진영 대 중국과 러시아로 대별되는 권위주의 형 준 파시스트체제 간의 대립으로 국제정치 구도가 수렴되면서 새로운 냉전은 자칫 열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먼저 제기하고 나선 사람은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이다. “신흥 강국 아테네의 파워가 점점 커지면서 기존 강국 스파르타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결국 전쟁은 불가피해졌다.”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지난 500년간 16번의 파워 전환기가 있었고 그 중 12번 신흥 강국과 기존 패권국간의 전쟁으로 마감됐다.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든 것으로 앨리슨은 지적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이를 피해야한다는 조언을 하고 나선 것. 이 주장이 나온 것은 2018년이다. 그 주장이 반박되고 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론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보다는 피크에 올랐다가 ‘쇠퇴하고 있는 파워’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할 브랜즈와 터프츠대학의 마이클 베리, 두 정치학자가 지난 9월 포린 폴리시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다름 아닌 중국이 바로 그 ‘쇠퇴하고 있는 파워’라는 지적이다. 이 두 교수는 강대국 간의 전쟁은 더 이상 발전은 막히고 세 확장을 할 수 없게 된 새로운 파워가 ‘도전의 창’이 닫히는 것이 두려워 그 전에 무모하게 기존 패권국에 도발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맞이한 처지를 1914년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1941년 진주만 기습을 감행한 일본과 비교했다.

2020년대의 10년이 중국의 파워가 정점을 찍은 후 쇠퇴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분석하면서 이 10년이 국제질서에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 것.

클레어몬트대학의 민신 페이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대까지는 미국과의 격차를 계속 줄이겠지만 2030년대 들어 성장 동력이 멈추면서 ‘기회의 창’은 닫힐 것으로 내다보면서 ‘앞으로 10년이 가장 격동적(most volatile)인 기간’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전쟁의 위험은 그들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쇠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을 목도하면서 높아가고 있다.” ‘그들’은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중국과 러시아다. 이는 국제정치학자 앤드류 미츠타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으로 앞으로 5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죽어간다. 거기다가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인구가 감소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쇠퇴현상이다.

미국의 인구증가율은 안정적이다. 그런데다가 대 테러 대응(테러와의 전쟁)에서 강대국 간의 경쟁으로 미국의 국가 안보전략이 전환되면서 경제 영역의 안보 영역화와 함께 대대적 동맹 강화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강대국 간의 전면전에 대비한 미군 개편작업에 들어갔다.

‘서방은 지고 동방은 부상하고 있다’- 이 외침과 함께 시진핑이 중국시대를 선포했던 게 올 1월이다. 정황은 정반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지의 진단이다. 더 이상 굴기하는 세력이 아니라 쇠퇴하는 세력이 중국인 것이다. 반면 미국의 위상은 급격히 높아졌다. 호주의 싱크 탱크인 로우이 연구소가 발표한 아시아국가 파워 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높아진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그런데다가 독일까지 남중국해에 전함을 파견하는 등 반중, 반패권연합전선은 강화되고 있다.

그 미국을, 서방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중국과 러시아는 초조하다. 앞으로 5년이 못 가 기회의 창은 닫힐지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그 전에….

대만해협에, 또 그 반대 편 유라시아대륙의 서부전선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전운은 날로 짙어지고 있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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