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20여 명 중 북한군 장교 6명이 포함됐다.’
키이우 포스트지 보도다. ‘북한군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이 보도가 나온 날은 10월 3일이다.
뒤이은 게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18명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주와 브랸스크 주 경계 지역에서 탈영했다는 뉴스위크지 보도다. 거의 동시에 현지 언론은 3000명 이상의 북한군 병사가 러시아에서 훈련 중이고 곧 교전지역에 배치될 것이고 밝혔다.
파다했었다. 북한군 우크라이나전선 파병설이. 그러나 소문수준이었다. 그러던 게 하나 둘 그 증거가 드러나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한 마디 거두고 나섰다. 북한이 총 1만여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여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하고 이미 병력을 이동, 참전개시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 국가정보원 발표다. 젤렌스키의 발언을 뒷받침 해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지난 6월 19일이었나. 푸틴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조약을 체결했던 게.
이 조약의 핵심조항은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을 경우 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 한다’고 명시한 제 4조다.
사실 이때부터 점쳐져온 게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가능성이다. 그게 현실로 드러났다. 그러자 북한과 러시아의 이 같은 군사적 밀착은 한국 안보에 초미의 위협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막대한 양의 포탄에, 미사일도 모자라 병력까지 보낸다.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범’ 푸틴의 2중대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가히 지극정성이라고 할까. 이에 따른 러시아의 반대급부에 관심이 쏠리면서다. 평양이 얻게 될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피 값으로 얻는 돈을 넘어서.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거기에다가 다탄두 ICBM(대륙간탄도탄), 핵잠수함 등 북한이 애타게 원하는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북한 유사시 즉각 개입도 공언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등 요즘 들어 특히 광폭(狂暴)행보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김정은 체제다.
짙은 먹구름이 들고 있다. 이게 ‘러-북 군사적 밀착’과 함께 한반도가 맞이한 안보 상황이다.
길(吉) 가운데 흉(凶)이 있고 흉 속에 길이 있다. 명(明)과 암(暗)은 항상 함께 존재한다. 이게 세상사(世上事)라고 하던가. 지상군 파병을 통해 혈맹으로 날로 밀착되어가고 있는 러-북 동맹관계. 이 뉴스가 전하는 메시지도 그런 게 아닐까.
관련해 주목되는 게 가디언지의 분석이다. ‘9월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었다. 막대한 병력손실을 입은 달이 9월로 러시아군 전상자수는 도합 61만5000명(전사자 11만5000명)에 이르렀다. 날로 흉흉해지는 러시아 국내 분위기. 푸틴은 새로 동원령을 내리기가 어렵게 됐다. 이 정황에서 번진 것이 대대적인 북한군 파병설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전 세계 최악 수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김정은 체제에 구걸하다 시피 해 병력지원까지 받는다. 이는 푸틴 러시아가 맞고 있는 절박함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푸틴은 또 한 차례의 쿠르스크 침공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병력충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동원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북한이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백악관 안보위원회 대변인을 인용,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가 맞이한 절박함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징집병도, 용병도, 죄수병도 모두 소모됐다. 외국 용병을 불러와야 할 처지다. 경제도 파탄 반보직전이다. 그 러시아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전쟁을 해낼 수 있을까. 뒤 따라 제기되는 질문이다. ‘길어야 1년이 아닐까’하는 것이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진단이다.
블라드미르 밀로프, 안데르스 아스룬트, 제프리 손펠드 등 러시아, 스웨덴,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을 인용, 오는 2025년 푸틴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도저히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한계점을 맞는 그런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GDP 29조 달러의 미국에 비해 러시아의 GDP는 2조 달러에도 채 못 미친다. 그런 러시아가 ‘군사적 초강’임을 자처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섰고 또 나토(전체 회원국 GDP는 러시아의 30배)를 상대로 싸우러든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다는 것.
그 러시아의 동맹이래야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 국제적 ‘배스킷 케이스(basket case)’국가들뿐이다. 그런데다가 이미 60만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전문직 고급 두뇌는 거의 대부분 해외로 탈출했다.
그런 상황에서 푸틴은 체제붕괴, 더 나가 국가패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더 힐은 진단하면서 2025년이 바로 그 한계점에 다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게 그런데 러시아만의 상황일까. 식량도 모자랄 정도로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인 김정은의 북한 체제. 그 주제에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냈다가 동시패션식의 붕괴에 직면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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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