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듯하다. 그런데 홀연히 저만치 앞서 달려간다. 그게 세월인가.
여름 향기가 여전히 주변을 맴 도는 것 같다. 그런데 가을도 깊어 벌써 입동(立冬)도 지났다. 그리고 또 다시 맞는 감사의 계절이다.
무엇을 감사해야하나. 그 상념이 그런데 이내 사그라진다. 들려오는 것은 온통 흉흉한 소리들뿐 이어서인가.
‘북한군 1만여 병력과 함께 5만에 이르는 러-북 연합군이 쿠르스크에 집결, 동계 대공세에 들어간다.’ 바로 뒤이은 소식은 그 전초전에서 한 고위 장성이 부상을 입은 것을 비롯해 다수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이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군. 무엇을 말하고 있나. ‘3차 세계대전이 임박했다는 예고다’- 아시아타임스지의 지적이다.
과장이 아닐까. 이코노미스트지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바이든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정권이양을 앞둔 10주를 가장 위험한 시기로 진단하면서 미국은 여러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쟁에 휘말려 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되는 2025년 이후 몇 년은 1945년 2차 대전 종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된다는 거다.
‘47대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두 곳에서의 전쟁을 물려받게 된다. 거기에다가 대만, 한반도, 필리핀에서 전쟁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지적과 함께 핵위협까지 고조되고 있다는 암울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3차 대전은 이미 시작됐다. CRINKs(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영어 두음 자 모음으로 악의 쿼드를 지칭)가 전개하고 있는 곳곳에서의 지상전이 그 시작이다.’ JP 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디먼의 말이다.
어틀랜틱 카운슬의 프리데릭 켐프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켐프는 미국이 맞이한 현재의 상황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시기’, 다시 말해 1930년대 2차 대전 직전이나 냉전초기, 그러니까 권위주의세력이 블록을 결성해 도발해 온 그 때와 비교하면서 그만큼 전쟁의 위험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2024년 11월 5일 대선은 전시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다.’ 워싱턴포스트의 조지 윌이 선거 전에 내린 판정이다. 그는 2024년 대선을 일본의 진주만기습을 앞둔 시점인 1940년의 대선과 비교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2차 세계대전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고 일련의 위기사태에 뒤이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은 새로운 세계적인 전쟁의 서곡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CRINKs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나치독일, 군국주의 일본, 파시스트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로 이루어진 추축국세력과 비교 될 수 있다는 것.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전쟁을 예감, 준비하고 있었다. 소리 없이 군비를 대대적으로 증강, ‘민주주의의 병기창’으로서 미국의 역할에 대비해온 것이다. 그 때와 다른 것은 해리스나 트럼프 모두가 그 같은 준비는커녕 인식조차 없어 보인다는 게 윌의 지적이었다.
포린 폴리시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그리고 일단의 테러집단이 블록을 형성, 서방세계에 위협을 가해오고 있는 사태’, 한마디로 줄여 CRINKs의 준동사태는 트럼프 1기 때에는 없었던 사태였다. 때문에 트럼프는 오늘날 세계가 처한 위험한 안보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결여되어 있어 보인다는 거다.
경고음은 계속 들려오고 있다. ‘현재는 세계대전 발발 전 단계의 시기로 2차 대전 이후 가잠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싱크탱크 전쟁연구협회의 잭 킨의 경고다. 그 역시 3차 대전이 임박했다는 입장이다. 마크 루터 나토 사무총장도 비슷한 경고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 이란, 중국과의 보다 긴밀한 군사적 협력을 통해 유럽에서, 지중해, 중동지역, 인도_태평양지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군사적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거다.
3차 대전의 묵시록적 경고는 서방에서만 들려오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3차 대전 발발 가능성이 과소평가됐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중국관영 매체도 날리고 있다.
세계적인 전쟁 발발 확률은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되나. 20~30%에 이른다는 게 전 미국무부 자문관이자 역사학자인 필립 젤리코의 분석이다. 그리고 ‘앞으로 3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로 보인다는 것이 뒤따르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이 임박한 위기에 미국은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사실이다.’ 연방의회산하 국가방위전략위원회(NSRD)가 국방전략서 검토보고서를 통해 내린 경고다.
‘파당싸움으로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다. 그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구조와 산업기반은 전쟁 준비가 결여돼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대한 폭풍을 예고하는 검은 구름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대중은 이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어지는 경고다.
또 다시 맞는 감사의 계절. 무엇을 감사해야하나. 무엇을. 여전한 거짓 평화의 세기말적 풍조. 그 안에서의 일시적 안일함. 아니면…. 감사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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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