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지금…흔들리는 미국의 정체성

2021-12-14 (화)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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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즉 집단은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 같은 처지의 경험으로 형성이 된다. 그리고 그 내부적 결속을 통하여 집단이 처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면서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집단을 더욱더 공고하게 결속시키면서 마치도 생명체처럼 성장하고 쇠락하고 사멸하면서 집단도 무너진다. 특히 많은 전쟁을 하였던 유럽에서는 지역, 혈통, 언어에 기반하여19세기 초부터 민족이라는 정체성이 발현되면서 민족을 중심으로 국가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로 출발한 식민지 미국은 영국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가면서 영국의 해외영토로서 운영이 되다가 영국의 왕정에 반대하면서 독립을 하게 된다.


특히 영국의 절대 영향력이었다 하더라도 식민지 미국은 유럽의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나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였다. 그런데 독립 전쟁이라는 공동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면서 언어와 혈통이 달랐지만 미국식 시민 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함께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을 했던 흑인들에게는 시민 민주주의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나중에 남북전쟁의 화근이 되었다.
5,000년 역사를 가진 한반도도 실제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대몽항쟁을 거치면서 태동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고려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 맞서서 자기 자신을 지켜냈는데 1231년부터 1259년까지 9차례의 몽골과 전쟁에서는 고려의 전국토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고려의 승려, 노예, 농민들 모두가 대몽항쟁에 참여하면서 강력한 민족적 공감대가 형성이 되기 시작하면서 민족의 각성이 일어났고, 1287년 충렬왕 때 관료이자 문인이었던 이승휴는‛제왕운기’를 통해서 단군 조선부터, 부여,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발해를 민족의 뿌리로 보고 단군 시조부터 여러 왕국의 역사를 대서사시로 편찬하여 요하의 서쪽인 중원 대륙의 역사와 요하의 동쪽인 우리민족의 역사를 분명하게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이승휴는 난세에 정치, 사회, 윤리의 재확립을 목표로 하여 그 가치기준을 역사로 자각하려는 의도에서‛제왕운기’를 집필하였다. 이렇게‛제왕운기’에서 시작된 단군기원의 역사의식은 고려 말 개혁파 신진사대부들에게 전승되었다. 그래서 개국 조선은 단군을 국조로 세웠고‛동국통감’을 비롯한 정사에도 단군이 국조임을 밝혀 우리 역사의 첫머리에 기록하였다.

특히 태조 이성계는 단군 조선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국호를 조선이라고 했고 조선의 왕들은 지속적으로 단군에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일제의 강제병합에 항거를 하면서 오늘날 한반도는 더욱더 강한 민족적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혈연과 인종 그리고 민족을 초월하여 시민 민주주의 라는 정체성으로 미국을 결속하였지만 건국당시 소외되었던 흑인들은 민권운동을 통하여 미국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온 유색인종 이민자들도 미국의 시민 민주주의 국가의 일원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미국이라는 공동체를 결속하는 미국시민이라는 정체성에서 유색인종과 이민자들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미국은 지금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시민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작동방식인 선거때마다 미국은 남북전쟁때처럼 분열이 되고 정체성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과연 이 정체성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체성을 향해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놓고 점점 그 기로에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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