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바이러스, 우리와 함께 간다

2021-12-03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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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뉴욕주에 비상사태가 발효되었다. 이 조치는 오미크론(Omi cron)변이 확산 가능성 대비, 주내 병원의 의료지원을 위한 것으로 최소 내년 1월15일까지 시행된다. 오미크론의 존재 확인이후 1주일 만에 전세계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입국 요건이 강화되고 자가격리 의무화가 다시 시행되고 있다.

원래 전염병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한다. 기원전 430년경 그리스 아테네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고 20년 후인 기원전 410년경 ‘히포크라테스 선서’ 로 그 유명한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독감 증상을 처음 기록에 남겼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은 페스트, 스페인독감, 콜레라, 결핵, 천연두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수천만 명에서 수억 명까지 생명을 앗아갔다. 그렇다면 이러한 병과 함께 인류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14세기 중반 유럽인구 3분의 1, 1억 명을 죽게 한 페스트는 항생제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인 치료가 이뤄졌다. 인도 갠지스강 유역 풍토병인 콜레라는 19세기에 이곳을 식민지한 영국을 거쳐 러시아, 아프리카 등에 퍼져 약 1,50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는데 물이 문제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에 상하수도 시설 보급 및 공중위생 확립으로 콜레라는 퇴치되었다.

1918~1920년 불과 2년만에 약 5억 명이 감염되고 5,000만 명을 사망하게 한 스페인독감은 예방접종 강화와 예방문화를 인식시켰다. 또한 결핵은 19세기 초반부터 200여년간 약 10억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 또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질병을 예측시켰다.
천연두는 약 10억 명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살아남아도 온몸에 곰보 자국이 남았다. 천연두는 공기를 통한 전염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1796년 영국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접종법을 개발한 후 점차 사라져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의 멸종 공식선언을 했다.

이처럼 인류는 전염병이 닥치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낸 후 감염예방과 치료제 개발을 병행하면서 이를 물리쳐왔다.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인식한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1932년 미국 세균학자 리처드 쇼프가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감기와 독감이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백신이 개발되고 매년 독감 예방법종이 시행되고 있다.

1933년 윌슨 스미스가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를, 3년뒤 토마스 프랜시스 주니어가 인플루엔자 B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 바이러스의 발견으로 수정란을 통한 백신 개발이 가능했던 것이다.

보통 세균은 세포벽, 세포막, 유전자 정보가 들어있는 핵, 단백질로 구성된 하의 세포다.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핵이 단백질에 둘러싸여있는 단순한 형태로 세포를 숙주로 삼아 기생해 생존한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소독약이나 열에 강하고 접촉뿐 아니라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되므로 전염확산 속도가 빠르다. 또 문제는 유전물질만 가지고 있기에 돌연변이 확률이 높아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염병이 창궐하면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그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분노를 힘없는 소수에 돌리고 있다. 스페인 독감 기원지인 미국에서 이민자들을 독감 확산의 매개체로 지목했듯이 이번 코로나19 발병지로 중국이 지목되면서 미국의 아시안들이 지금도 인종혐오로 인한 폭언 및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오미크론이 그렇듯이 변이바이러스 이름에서 국가 명칭이 빠지고 그리스 문자로 명명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낙인 효과 제거를 위해서이다.

아무래도 매년 맞는 독감예방주사처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그에 맞는 백신을 매년 맞아야 할 모양이다. 바이러스!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우리와 같이 갈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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