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2021-11-22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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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은 개인과 비교할 때 충동을 올바르게 절제하는 힘이 열등하다. 다른 사람의 필요와 요구를 수용하는 공감능력이 집단에겐 부족하다. 개인에게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심한 이기주의가 집단에서는 쉽게 형성된다.

집단의 도덕이 이처럼 개인의 도덕에 비해 열등한 이유는 무엇인가. 집단의 사회 응집력이 개인의 도덕 응집력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 개인과 집단이 서로 조화를 이루려면 집단 이기심의 발현이 종교적 선의지에 의해 점진적으로 견제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중에서)

종교는 건강한 협력 공동체를 세우는데 필요한 내적힘을 지니고 있다. 종교는 ‘이웃 사랑, 헌신, 상호 호혜, 자비행위’를 통하여 이기적으로 흐르기 쉬운 사회 집단 안에서 개인의 도덕행위를 적극적으로 독려한다. 종교 윤리가 사회와 국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청교도(Pilgrim Fathers)가 좋은 예다.


1620년을 기점으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청교도는 ‘가족 헌신, 이웃 사랑, 사회봉사, 이방인 환대, 헌신과 경건’이 유달리 돈독했다. 청교도는 상호 협력의 달인이었다. 그들은 ‘협력의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권력을 추구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권력과 일정 거리를 두고, 세속적 욕망의 추구를 포기하는 대신 청교도는 병자와 가난한 사람을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인디언에게 접근하여 자기들이 가진 식량, 약품, 옷, 도구를 나누어 주고 전도에 매진했다. 학교와 도서관을 세워 대중을 계몽했다. 청교도의 이타심과 봉사정신으로 미국은 18세기에 이르러 최고 선진국으로 굴기(屈起)했다.

영국 국교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사회와 국가를 좌지우지 할 때 많은 사람의 신앙과 인권이 제한받았다. 종교도 신앙의 순수성을 일탈하여 정치권력의 맛을 길들이면 제어할 수 없는 오만에 빠진다. 종교까지 권력화 한다. 그 권력을 가지고 개인의 신앙 자유를 제한하고 사회를 혼란시킨다.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고 교회를 성경위에 세우는 길은 종교와 세상 권력 사이에 견고한 분리의 벽을 세우는 결단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범국가 이스라엘을 세운 선지자의 정념(情念)을 보라. 그들은 고난 받으며 좁은 길을 걸어갔지만 어떤 권력, 명예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다윗에게 맞섰던 나단, 아합에게 대항한 엘리야와 엘리사처럼 비도적적 사회를 깨우는 선지자가 우리에게 있는가. 이사야, 에스겔, 아모스가 그립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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