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둥글둥글하게 살자

2021-11-16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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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장 많이 대하는 것이 목사들이다. 필자는 평생에 여섯 교회를 섬겼다. 내가 대한 교인들은 적어도 약 3,000 여명은 될 것이다. 남녀노소,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온 사람들, 액센트 다르고 사투리 다른 사람들, 성격 다르고 버릇 다른 사람들, 부자와 가난한 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대하였다.

사람의 성격은 여러가지이다. 똑똑한 자는 눈이 반짝인다. 어리둥절한 자는 눈이 희미하다. 까다로운 자는 어딘가 모가 난다. 사나운 자는 어딘가 각이 지고 유순한 자는 부드럽고 겸손한 자는 둥글둥글 하다. 원만이란 둥글둥글 하다는 뜻이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최초로 가진 직업이 학교 교사였다. 여자 중고등학교였는데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놀 때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그래서 아이들의 정말 성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교사들이다.


결손한 아이, 교만한 아이, 머리가 좋은 아이, 둔한 아이, 가정교육이 잘 된 아이, 잘 안된 아이 등 자세히 안다. 동료 중 총각으로 있다가 제자 중에 한 아이를 골라 졸업 후에 결혼한 사람이 있었는데 참 현명한 친구라고 생각하였다.

가장 힘든 것이 성격이나 버릇을 고치는 것이다. 그것은 공부를 많이 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소위 수양(修養)의 정도에 따라 스스로의 성격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물론 신앙도 큰 도움이 된다.

불교에서는 좌선을 말하고 기독교에서는 기도를 강조하고 유교에서는 선현의 학문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종교는 이를 위한 장기간의 꾸준한 노력을 요구한다. 그만큼 성격 고치기란 힘든 것이다. 물론 스스로의 힘으로 잘 안되기 때문에 스승과 선배의 도움, 하나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배우자 선택에서 인물 가정 재산 등을 먼저 보는데 정말 볼 것은 교양 수양 등이다. 그래서 남의 중매로 결혼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모험이다. 스스로 상당한 시간을 사귀어 보고 그 사람의 교양 수양의 정도를 알아야 한다.

어쩐 사람은 밥 한 끼만 함께 먹어도 상대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잠깐 사귀면 그 사람의 장점만을 알게 된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단점을 알게 된다.

결혼은 평생 살 사람을 고르는 것인데 급조된 연애감정만으로 중대한 나의 인생문제를 결정할 것이 아니다. 지금은 연애결혼 시대이므로 자기의 결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경험 많은 부모님 선배 스승 등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둑에 정석(定石)이란 것이 있다.

바둑을 잘 두는 고수(高手)들이 결정한 이런 경우엔 이렇게 두어야 한다는 바둑 공식을 말한다. 바둑을 잘 둘수록 이런 정석을 모두 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경험을 많이 알고 있을수록 바둑을 잘 두게 된다. 그만큼 과거란 현재의 판단을 위하여 중요한 것이다.


둥글둥글하게 살기 위하여 즉 원만한 인격으로 살기 위하여 우리가 갖추어야 할 마음 가짐은 무엇인가, 그 첫째가 이해이다. 오해하고 있으면 결코 원만할 수는 없다. 오해가 거듭되면 미움으로 변한다.

미움이 커지면 싸움이 된다. 반면 이해가 거듭되면 사랑이 되고 사랑의 귀로는 평화이다. 전쟁은 오해와 미움의 탓이며 평화의 세계는 이해와 사랑의 결과이다. 행복이란 대인관계가 원만하게 되는 결과이며 불행이란 대인 관계의 갈등을 말한다. .

내가 눈물을 흘리며 읽은 책은 손으로 쓴 것을 복사하여 여기저기에 나눠 주던 조잡한 인쇄물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같은 북한군 포로로서 동료 포로들을 위하여 말 없이 봉사하는 한 포로의 실화 수기였다. 그는 포로 석방 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으나 눈물겨운 그의 봉사는 전세계 포로 수용소에 보급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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