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결핵 병원에 세워진 감동스러운 교회당

2021-09-16 (목)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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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젊은 김 목사가 폐결핵이 걸려서 마산 결핵요양소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 병실에 들어가면 대부분이 죽어 무덤으로 간다고 해서 그 병동을 “무덤 앞 병동”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목사님도 3개월 밖에는 못 살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젊은 목사님은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신실하게 믿어왔는데… 이제는 아내도 두 아이들도 볼 수 없는 죽음의 자리에 왜? 날 버리셨습니까? 원망하고 더 이상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낙심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창으로 빠져나가려고 날개를 퍼덕거리는 나비를 봤습니다. 한 번, 두 번 계속 나비는 유리창에 부딪치면서 탈출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나비는 날개가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습니다.


이 불쌍한 나비를 살려 보내 주려고 죽어가는 목사는 자리에서 겨우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나비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나비는 더 높이 도망했고 더 힘차게 유리창에 부딪혔습니다.

‘내가 널 살려주려고 하는 거야! 제발 가만히 있어!’ 그러나 나비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 나비는 날개가 심하게 찢어지고 기운이 빠져서 움직이지 못해서 결국 잡혔습니다. 나비는 창밖으로 나왔고 그리고 힘차게 공중을 향하여 날아갔습니다.

이 목사님은 이 때에 자신이 마치 나비 같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날 도우시려고 하지만 나는 원망하고 떠나고 싶었던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이 목사님은 즉시 무릎을 꿇고 회개했습니다. 그리고 눈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삶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부터 성경을 읽고 찬송하면서 기도했고 함께 있는 환자들을 위로했습니다. 이 목사님을 찾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목사님은 힘이 없어서 갈 수 없어서 병실로 찾아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정한 시간에 함께 모여서 찬송하며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그곳을 지나가던 의사가 찬송 부르지 말라고 꾸지람을 했습니다. “폐결핵 환자는 노래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 목사님은 의사에게 우리가 찬송을 부르지 않으면 살려줄 수 있겠느냐? 고 반문하면서 죽기 전에 기쁘게 살다가 죽을 테니 막지 말라고 했을 때 의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점점 모이는 환자들이 많아져서 더 이상 병실에서는 모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병원장의 허락을 받아 병원 정원에 아담한 교회당을 짓게 되었습니다. 3개월이면 죽는다는 그 목사님은 병이 깨끗이 나았고 3년 동안 그 병원 교회에서 환자들을 섬기고 떠났습니다.

이 목사님은 뒤늦게 신학대학원에 입학해서 더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유학에서 박사가 되었습니다. 연세대학에서 교수로, 대학원 원장이 되었습니다. 한국신학대학 학장이 되어 섬겼습니다. 김정준 목사님의 인생 스토리입니다.

제가 마산 결핵 병원에서 6개월간 열심히 엎드려 기도하고 성경을 읽었던 그 하얀 예배당이 이런 감동 스토리를 안고 세워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 역시 더욱 더 큰 기쁨과 소망을 가지고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반세기 전의 이야기가 새롭게 감동을 줍니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야고보1:2-3)’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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