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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부작위 살인

2021-09-16 (목)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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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코스모스)’라는 말에는 질서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 자체가 질서 속에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카오스’는 질서가 무너진 혼돈을 의미합니다. 지금 세상은 어느 힘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을까요? 질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무질서함이 훨씬 더 힘을 발휘하는 현실을 매일 봐야 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20년 동안 수십조 달러의 돈을 쏟아붓고도 자기 국민들조차 다 구출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무질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IS라는 전대미문의 가장 악랄한 테러단체가 활개를 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앞으로 오래도록 인류 평화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자체가 무질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역사는 이 실패한 전쟁들을 어떻게 기록할까요?

저 먼 나라의 무질서한 전쟁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심각한 무질서의 전쟁은 정말 심각합니다.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코로나 백신이 지천에 널려 있는데도 백신을 거부하여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가 심각하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 어머니는 두 아들이 코로나 감염으로 일주일 사이에 죽는 것을 봐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백신을 맞았지만 아들들은 끝내 백신을 거부하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 어머니의 심정이 어떨까요? 임산부들이 백신을 거부하여 본인의 목숨은 물론 태아의 생명까지 잃은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임산부들이 누구보다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도 아직도 백신 음모론자들의 영향으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 30대 주부는 백신을 거부하다가 자신은 코로나에 걸려 사망하고 가족 모두를 감염시켜 중태에 빠트린 것이 보도되었습니다. 백신을 거부하고 마스크를 거부하는 여러 주들은 병원이 포화상태여서 붕괴직전의 위험에 처했습니다.


‘부작위 살인’이라는 게 있습니다. 내가 직접적으로 살인을 행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입니다. 형법상에서도 범죄 행위로 처벌받습니다. 지금 마스크를 거부하여 코로나를 확산하거나, 백신 음모론으로 백신을 거부하게 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그것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아니겠습니까?

안타까운 것은 이런 무질서의 혼돈을 일부 교회들이 앞장 서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어떤 분은 자기 병원의 직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환자를 직접 다루는 병원 종사자들은 누구보다 백신 접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환자를 직접 접촉하는 테크니션이 자기 교회 목사의 권유를 받고 백신을 거부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백신은 정말 나쁜 것이니 접종하면 안 된다며 선동하기까지 했습니다.

신앙인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교회가 성도들에게 그런 무질서를 조장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신앙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성경의 근본 가르침인 이웃 사랑에 대한 정신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신앙 양심으로 고백하건대 백신 음모론을 퍼뜨려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분명히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라는 점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싶습니다. 백신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비율은 정말 미미합니다. 세상이 무질서의 혼돈 속에 흔들린다고 해도 부디 올바른 판단력과 이웃 사랑의 마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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