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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미신의 시대의 재림

2021-08-19 (목)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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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을 받은지 2년이 되어갑니다. 인간은 코로나를 퇴치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안타깝게도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는데 인간의 과학이 속도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유행성 독감처럼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중세 수 세기 동안 인류를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 1차 세계 대전의 공포보다 더 심각하게 인류를 공격했던 스페인 독감,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대표적인 팬데믹 사태입니다. 이제 다음 세기에 우리의 아이들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어두운 시절의 공포를 역사책에서나 배우는 시절이 올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혼돈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탓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지에 그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은 뼈아픈 사실입니다. 인간의 자유란 것이 납득하기 힘든 맹목적인 상식 파괴 현상 앞에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애초에 인간은 이렇게 어리석고 희망이 없는 존재였을까요?

마스크만 쓰면 코로나 감염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이 아니라 상식이 된 지 오랩니다. 코로나 감염 사망의 비극에서 자신의 생명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백신의 출현은 신의 축복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독재정권에 저항하듯이 마스크 쓰는 것을 거부하는 일군의 사람들의 행동은 어리석음과 이기심의 극치입니다. 더욱이 백신을 거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장은 어떤 과학적인 근거나 상식적 설명은 없이 맹목적이고 미신적이기까지 합니다. 백신 음모론자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은 인간 이성의 한계라는 절망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마스크와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운동에 소명감을 가지고 활약하던 40대 쌍둥이 형제들의 사연이 최근에 보도되었습니다. 한 명이 코로나에 감염되어 중증으로 악화되자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해서 숨을 몰아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백신을 맞을걸, 코로나에 걸려도 자신은 젊으니까 가볍게 앓고 지나갈 줄 알았다고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 감염 확인 후 불과 5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쌍둥이 형제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한 남은 형제는 그 사실을 SNS에 알리며 백신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호소는 국가에서 돈을 받고 거짓 정보를 확산한다고 음모론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텍사스주의 공화당 중직자로 활동 중인 남성 또한 코로나에 감염되어 중증으로 투병 중에도 마스크를 쓰면 안 되고,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 열심히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코로나 자체가 정부의 음모라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 마지막까지 주장하다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풍요로운 시대는 없었습니다.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삶은 한 세대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발전했습니다. 그런데도 과학이나 문명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미신이 지배하는 이유는 뭘까요? 천둥이 치면 하늘을 두려워하고, 지진이 나면 땅을 두려워하던 원시 시대의 미신은 그래도 지금보다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미신에 조종당하는 인간의 무지와 어리석음입니다. 인간은 무엇을 믿고 사는 것일까요? 인간의 삶의 가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민간 우주여행이 현실로 다가온 초과학 시대에 미신의 시대가 재림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까?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서 있습니까?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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