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마스크와 올림픽

2021-08-04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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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메사추세츠주 마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900여명중 133명에 대한 검체 분석 결과, 바이러스 양이 백신 접종자나 미접종자 모두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접종자나 미접종자 모두 비슷하다고? 도무지 헷갈리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마스크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사격 황제'라는 별명의 진종오 한국 선수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하다. 진종오는 2020 도쿄 올림픽 공기권총 본선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섰다. 사실 안 써도 되는 모양인데, 그는 마스크를 끝까지 쓰고 경기를 치렀다. 이제껏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한 그는 이번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올림픽 메달 신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2020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사격선수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계 화면에 얼굴이 잘 나와야 해서 오히려 마스크를 벗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종오는 대회 내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타인과 후배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진종오는 결국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마스크 착용 상태에서 호흡하기가 아마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경기를 치른 후 올림픽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 일본 조직위가 준비를 잘못한 것 같다고 입장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4 파리 올림픽에도 도전해보는 것이 커리어의 최종 목표라고 하는데, 그에게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겼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마스크 쓴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종오는 왜 그토록 마스크 착용에 집착했을까.
미국 수영팀의 유력 메달 주자인 마이클 앤드루 선수는 200m 개인 혼영 결승을 마친 직후, 마스크 없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

그는 “물속에서 스피드를 낸 뒤 호흡하기가 어렵다”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미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미접종 사실도 미 수영 선수중 유일하게 공개했었다. 미 올림픽위원회(USOC)에 따르면 미국인 참가선수 613명 중 100명 정도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백신 거부에 대해 이 선수가 남긴 말은 “남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간다고 해서 나까지 그들을 따라야 하는가?”였다. 자기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물질을 몸에 주입하기 원치 않는다는 이유였다. "백신을 맞게 되면 며칠을 쉴 수도 있지만, 단 며칠이라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고 한다.

14살에 프로 선수가 된 그는 미국 역대 수영 선수 중 최연소 기록 보유자이다. 사실 그는 욕을 먹기도 한 모양이다. 다른 선수들은 다 맞는데 자기만 안 맞는 건 이기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은 아직 자유의 나라다. 팀 동료인 패트릭 캘런 선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앤드루는 자신만의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미국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를 적극 응원했다.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 속에 치러지는 이번 도쿄올림픽이 과연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선수들 백신 접종은 의무가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마스크는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 주변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올림픽 경기 중에 마스크를 쓰는 선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 시원한 답은 없다.

예를 들어, 도둑이 들었는데 사라진 물건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아니면 도둑이 들지 않았는데 집안의 물건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명쾌한 해답은 없고 이래저래 뒤죽박죽 세상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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