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뺄셈의 미학’

2021-08-02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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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진을 시작하면 ’어떻게 하면 현실과 똑같이 찍을 수가 있을까?‘하고 고민합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담아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를 덧셈의 사진이라고 합니다.

덧셈의 사진은 ’증명‘ 또는 ’설명‘이라는 근대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화각이 넓어지고 구도의 틀이 무너지면서 ’그렇고 그런‘ 사진이 나옵니다. 글에 비유한다면 지루한 설명문이라고나 할까요? 이는 초보자에게서 볼 수 있는 초보적인 현상입니다.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건강한 숲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보자라면 뒤로 물러나 숲의 모든 것을 앵글에 담으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뺄셈의 문법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숲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요소를 찾아 시각의 틀을 좁혀가게 됩니다.”(주기중의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중에서)


유명한 사과 정물화를 남긴 폴 세잔의 화풍(畵風)과 탁월한 단편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문학은 서로 일치하는 미학이 있다. ‘뺄셈의 미학’이다.
진정한 사과성(appleyness)을 지닌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쟁반에 담긴 사과의 재현이 아니라 끊임없이 불필요한 클리셰(cliche)를 제거해야 한다고 세잔은 믿었다.

지루하고 상투적인 것을 걷어내므로 사과의 내부를 관통하는 사과성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세잔은 확신했다. 이런 확신 때문에 세잔은 초상화 모델에게 조차 ‘조금도 움직이지 마세요. 사과처럼 가만히 앉아있으란 말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잔은 사과 정물화의 진정한 사과성을 얻기 위하여 그림이 미완성으로 보이게 하는 대담한 생략도 불사했다. 어떤 것을 배재하려는 세잔의 의도는 다른 어떤 것을 살려내려는 강렬한 목적과 연결된다. 세잔은 갈파했다. ‘비워라. 그러면 새로운 것을 얻을 것이다.’

간결과 단순성은 헤밍웨이 문장의 특징이기도 하다. 헤밍웨이 문장의 강력한 힘은 그가 경험하고 본 것을 단순히 묘사하는데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보고 있는 자신을 낯설게 묘사하여 내부에 일어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치기하고 정성을 다해 문장을 다듬는 작업이 그를 당대의 문장가로 만들었다.

무엇이든지 끊임없이 가지치기하고 다듬으라. 그렇게 함으로 습관으로 길들여진 눈을 씻어내고 새롭게 도약하라. 탁월함을 꿈꾼다면 무엇보다 뺄셈에 분투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라.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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