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 - 효와 제사

2021-07-26 (월) 성향/스님·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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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부터 오늘 날까지 매년 대부분 불교국가의 수행자들은 여름수행(하안거) 3개월 동안 열심히 정진을 한다. 또한 각자 처소에서 기도 염불 등 근기에 맞는 신행생활을 하는데 특히 여름 수행기간에 맞춰 조상님에 대한 기도와 백중천도를 함께 봉행한다.

사찰에선 해마다 망자의 돌아가신 날에 맞춰 기제사(忌祭祀)를 모시고 설날, 추석 등 명절에는 함께 합동 차례를 올린다.
조상님 부모님 기도를 하며 여러 경전을 읽으며 뜻을 헤아리는데, 많은 내용이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인 가족 안에서 부모님과 자식의 근본윤리는 자애(慈愛)와 효도(孝道)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효는 부모님에 대한 봉양(奉養)이나 보은(報恩)을 기본 내용으로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에 대한 깊은 은혜가 담겨 있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많이 읽어왔다.
본문에 부모님의 은덕을 열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아기를 배서 보호해 주시는 은혜. 둘째, 아기를 낳을 때 산고(産苦)를 겪으시는 은혜, 셋째, 자녀를 낳고 온갖 시름을 잊으시는 은혜, 넷째,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뱉어 자녀에게 먹이는 은혜, 다섯째,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는 은혜, 여섯째, 젖을 먹여서 길러 주시는 은혜, 일곱째, 옷을 세탁하여 입히시는 은혜, 여덟째, 멀리 집을 떠나 있을 때도 앓을까 그릇될까 염려 하시는 은혜, 아홉째, 자녀를 위해서라면 온갖 고생을 하시는 은혜, 열째, 자라서도 끝까지 지켜 보시며 불쌍하게 여겨 주시는 은혜.

위의 열가지 내용은 자식을 기르는 부모님의 깊은 애정과 고생, 조건 없는 사랑이 잘 나타나 있고 그 은혜는 헤아릴 수 없이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덟째 ‘멀리 집을 떠나 있을 때도 앓을까 그릇될까 염려 하시는 은혜’는 고향을 떠나 멀리 낯선 땅에서 이민생활을 해야만 했던 많은 이들의 부모님들께서 마음을 애태우며 항상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을 하고 매일매일 생각하며 각자의 방법으로 간절히 기도 하셨을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할머님과 함께 살며 매일 새벽 장독대 앞에 정화수(井華水)를 올리고 멀리 타향살이 하는 자식을 위해 합장 기도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절 교회 성당 어느 곳이나 비록 장소는 다를지라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자식을 위한 어버이 마음만큼은 그대로이다. 그러한 보살핌과 기도 정성이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이민생활을 하며 수많은 역경들을 헤쳐 나갔지 않았나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 타향살이 하는 자식들은 성장 하였지만 멀리서 간절히 기도하며 아들딸을 보고 싶어 했던 많은 부모님들께서는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되셨다. 현재 우리가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다지만 그분들은 더 어려운 시절을 지내고 극복하며 살아오셨을 것이다.

부모님의 돌아가신 기일이나 명절 또는 하안거 백중기도 기간에 추모 제사를 모시며 생전 좋아 하셨던 음식과 차 한잔 올리고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잠시라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리하여 집안 후손들이 조상님의 뿌리와 역사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 전통 등을 잘 알고 이해하며, 다음 세대에도 잘 이어져 함께 자연스럽게 화합하고 소통한다면 얼마나 보기 좋은 미풍양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향/스님·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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