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 북한은 쿠데타에 성공할 것인가

2021-07-23 (금)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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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이 탈북하게 된 배경에는 장성택과 주도한 북한 쿠데타 시나리오의 실패가 주원인이라는 설이 있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확립하여 북한체제의 근간을 마련한 그는 80년대말 공산권이 몰락하자 김일성 독재를 위해 존재하는 주체사상에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황장엽은 김정일 체제에 불만을 가진 장성택과 협력하여 김정일을 제거하고 북한에 새로운 정권을 수립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학자출신인 황장엽과 관료출신인 장성택이 쿠데타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모든 움직임의 선상에 있던 황장엽은 숙청의 위기를 맞으며 가족마저 남겨둔 채 단독으로 망명길에 오른다.

최근 북한에서 반체제 활동을 전개하는 혁명조직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미 2018년에 북한판 10.26 군사 쿠데타를 계획한 내부 혁명조직이 존재했으나 김정은 암살작전이 누설되며 와해됐다.


그러나 또다른 혁명조직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김정은 독재타도의 메시지를 담은 메모리 안전 카드를 북한 전지역에 배포하는 반체제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SD 카드에는 김정은을 몰아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새사회를 세우자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과 함께 북한이 저지른 각종 남한 테러 사건들과 남한 인기영화들은 물론 광복의 그날이 오면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북한노래인 ‘기다려다오’가 담겨있다.

K-pop과 드라마가 전세계를 휩쓸며 북한사회 전반에도 상당히 깊숙이 퍼져 있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하며 북한체제에 더욱 불만을 갖게 된 것이다. 남한의 발달된 선진문화가 소프트 파워로서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전 지역에 분포한 혁명조직을 중심으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경우 북한주민은 절대적 힘을 보탤 것이다. 내부의 반체제 조직이 군부를 등에 업고 주민들과 연대해 혁명을 일으킨다면 북한은 자체적으로 붕괴될 것이다.

김정은이 하루라도 빨리 북한체제를 개방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북한은 내부혁명에 의해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세계로 뻗어가는 남한을 동경하는 북한주민들이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다.

폐쇄되고 낙후된 북한체제 속에서 자유와 인권이 박탈된 생활에 불만을 느끼며 남한을 동경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탈북 하여 남한에 정착한 북한주민들이 늘어나며 북한체제가 독재정권에 의한 고립된 세계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북한의 체제혁명은 결국 아래로부터 발생할 수도 있고 혁명세력에 의해 위로부터 일어날 수도 있다. 대대적인 주민폭동이 일어나면 군부는 탄압대신 동조할 것이고 김정은 체제는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다. 김정은 암살을 계획했던 혁명세력이 김정은 제거에 성공하면 북한은 일시적으로 내부의 권력다툼이 발생할 수 있으나 곧 자유민주적인 체제를 지향할 것이다.

만일 북한에서 혁명에 의해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다면 배경에 남한의 드라마와 대중가요들이 큰 몫을 차지한 것이 확실하다. 소프트 파워의 힘이 입증되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이 21세기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삶의 질과 역할을 스스로 결정하여 진정 국가의 주인이 되는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붕괴로 인한 혼란을 막는 길은 김정은이 하루빨리 체제를 개방하고 북한을 민주화시키는 것이다. 그것만이 자신도 살고 북한도 살 길이다. 자신의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며 북한주민들의 삶과 염원을 등한시한다면 성공한 쿠데타 세력에 의해 감옥에서 유고의 밀로세비치나 리비아의 카디피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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