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실종된 올림픽 정신

2021-07-16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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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3일 도쿄 올림픽이 개막된다. 참여하는 선수, 취재진, 기타 관계자 모두 백신 완전접종은 기본이며 선수 인터뷰는 영상으로 진행되며 매일 코비드19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동선도 제한되어 있다.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니 경기도, 응원도 집에서 TV 보면서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불편하고 불확실하며 안전하지 않은 코로나19 긴급사태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은 왜 열리는 것일까? 5년을 기다린 선수를 실망시킬까봐? 천만에, 도쿄 올림픽에 선수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고대 올림픽은 기원 전 776년에 처음 시작된 것으로 올림피아에서 제우스신을 기려 4년에 한번씩, 제전 전후 3개월간 그리스 모든 폴리스가 휴전할 정도로 평화의 장으로 치러졌다. 이 고대올림픽은 기원후 393년 제293회를 끝으로 사라졌다가 19세기 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근대 올림픽을 부활시켰다. 1896년 그리스에서 1,500여년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올림픽에는 여러 메달이 시상되는데 특별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수여되는 것이 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이다.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픽 정신이란 스포츠를 통해 심신을 향상시키고 우정, 연대감,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지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이다.

올림픽 선서에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본질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운 것이다”고 나온다.

그러나 올림픽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온 것만은 아니다. 1,2차 세계전쟁으로 취소되었었고 정치 혹은 체제 선전의 장으로 이용됐으며 약물 복용 및 테러, 보이콧, 인종차별이 있었다. 그래도 올림픽 정신을 지키며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은 감동 스토리가 있었기에 온 지구촌이 열광하며 올림픽을 즐겨왔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은 올림픽의 기본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개최도시 도쿄는 코로나19 변이감염자가 급속 확장되면서 비상사태 중이고 일본 국민 80%가 줄기차게 올림픽 개최를 반대해 오고 있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 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벗어나 세계 제2경제강국으로 올라섰었다. 이번에도 2011년 동부 해안 지진과 쓰나미에서 부흥한 일본을 보여주고자 했다. 2020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했으나 코로나19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올림픽 후 도쿄는 코로나19수퍼 감염지로 비난받고 경기 부양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개최국 일본이 올림픽을 취소하고 싶어도 그럴 권리가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취소할 권리가 있다. 개최국이 취소할 경우 IOC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IOC는 전쟁이나 내란, 보이콧, 금수조치 또는 교전, 또 참가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등에 계약을 해지하고 대회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

그동안 올림픽이 과잉 상업주의에 막대한 경비 투자라는 비판이 있었고 개최 희망 도시가 줄고 있는 터에 도쿄 하계올림픽이 취소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IOC는 이번 도쿄 올림픽을 꼭 해야 한다. 어차피 요즘은 세계의 디지털화로 영상을 통한 스포츠로 수익을 챙기고 세계 유수 방송사들의 중계권료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IOC는 올림픽 선수들의 참가신청서 4조에 ‘대회 참가때 벌어지는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고 이는 스스로의 책임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넣었다고 한다. 앞서 6차례의 동·하계 대회의 참가신청서에는 없던 감염증, 사망이란 문구다. 도쿄 하계올림픽, 실종된 올림픽 정신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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