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미국 속의 한국인

2021-07-13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1776년 7월 4일 아메리카의 13개 주는 대영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지금부터 겨우 245년 전이다. 세계적으로는 신생국이라고 해도 좋을 새 나라가 미국이다. 한국도 단기로는 4,000여년을 말하고 유럽 각국도 수 천년의 역사를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세계 종성에 올라있다. 엄청난 발전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나라에 약 50년 전부터 한국 이민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흑인들이나 스패니시들이 질투를 느낄 만큼 한국 이민들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였다. 경제적으로 잘 살고, 좋은 집들을 구입하며,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정치에까지 발돋음하는 발전상이었다. 여기에 대한 인종적인 미움은 거의 자연발생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특색은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우는 것인데 이것은 미국 개척기에 흡사하다. 서부로 전진하며 개척민들은 새 마을마다 교회 하나, 살론(술집) 하나를 세웠다. 한국인들은 부지런하고 부모와 윗사람을 존중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은 초창기 청교도와 비슷하였다.


그런 긍정적인 견해 이외로 질투와 내 일을 가로챈다는 과도한 오해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존공영(共存共榮)이 좋으나 신출자(新出者)의 겸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인이 몰려 사는 동네에 살고 한국TV, 한국음식, 한국미용실에 다니며 한국식으로 살면 그만이라는 초보적인 생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수 잘 믿는 것은 흑인과 한국인들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상이다. 1990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캐롤라이나 주의 50개 흑인교회가 방화로 불에 타 재가 된 것이다.

범인 30명이 체포되었는데 모두 흑인을 미워하는 백인 청년들이었다. 부흥하는 교회에서 떠들썩거리는 흑인들이 밉고 싫었던 것이다. 한 백인 목사 친구가 나에게 말하였다. “백인들은 모두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잊지 말라”이 말을 해준 백인목사는 척추장애자(꼽추)와 결혼하였고 흑인 아이를 양자로 키우는 독특한 사람이었다. 간혹 미국의 인종차별주의와 싸우는 백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는 ‘화음 만들기’를 주장한다. 화음(和音)이란 다른 소리들이 모여서 더 자연스럽고 발전된 새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음악에서 뿐이 아니라 인종간에도 화음 만들기를 하여야 한다. 샐러드 사발에는 여러가지 색깔도 맛도 다른 채소들이 모여서 새로운 발전된 맛을 창출한다. 다인종 사회에서도 ‘샐러드 볼’ 만들기를 해야 한다.

하와이에서 관광 잠수함에 탔다. 약 30분간 바다 밑으로 내려가 구경시킨다. ‘노랑나비’(Yellow Butterfly)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반드시 암놈과 숫놈이 함께 다닌다고 한다. 만일 한 마리가 죽으면 남은 짝은 금식을 하고 끝내 죽는다고 한다. 과학자의 해석은 한 쪽이 죽으면 조화(화음)가 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생선이다.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이다.

바울은 사회를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였다. (고린도 전서 12:20-27) 눈 입 손 다리 내장들이 조화를 이루고 협력하고 한 마음으로 움직여 주어야 사람은 살 수 있다. 제각기 놀면 금방 죽는다. 위대한 사회 만들기는 국민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이룩할 수 있다.

기독교의 창조설은 한 신이 계획적으로 창조하였기에 우주와 자연계와 생명체의 조화와 상호 의존하여 살아가는 화음이 가능하였다는 주장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한동안 한국에서는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를 불렀었는데 잘 살아보려면 화음을 이루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