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진다는 것, 이긴다는 것’

2021-06-28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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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는 것과 상대방을 이긴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상대가 이긴다는 것은 상대가 우리보다 더 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가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실력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상대에게 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집중력을 상실하여 가장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진다. 과거의 실수에 얽매이거나 미래의 상황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집중력을 방해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정신력 분산을 방지하고 지금 해야 할 일에집중하게 만든다. 이기는 사람은 힘을 분산하지 않는다.” (그렉 맥커운 ‘Essentialism’ 중에서) 삶의 패턴에 따라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통합형의 사람이고, 둘째는 분산형의 사람이다. 통합형의 사람은 자신의 방만한 삶을 끊임없이 단순화, 집중화한다. 분산형의 사람은 뷸 필요한 요소를 잘라내지 못하고 낭비적으로 산다.

집중과 단순은 위대한 힘이며 지혜다. 무엇이든지 강력한 것은 단순하다.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 물건을 파는 기업가의 광고문이나, 수 십 만 명의 군사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의 메시지는 지극히 단순하다. 군더더기는 없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는 시간을 나타내는 그리스어다. 두 단어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크로노스‘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일반적인 시간을 말한다. 그냥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여기에 속한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습관과 관습의 일로 채워져 있다.

‘카이로스’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카이로스는 특별한 의미와 창의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을 말한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계시적이다. 흐리멍덩하고 무미건조한 내면이 깨어나 홀연히 무엇에 집중하는 시간이 카이로스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진부하거나 권태롭지 않다.

‘낯섬’, ‘호기심’, ‘긴장감’, ‘순간성’은 카이로스 시간이 지니는 특징이다.
이기는 자가 되려는가. 분산형의 삶에서 벗어나라. 흐르는 강물 위에 던져진 나뭇잎 흐르듯이 무의미한 크로노스의 삶을 걷어내라. 자신의 옛것을 겸손히 비우라.

산만하게 흩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재정열하라. 카이로스의 시간을 경험하는 창의적 삶을 살라. 겉치레 과거를 비워 집중의 새 삶을 살았던 바울은 말했다.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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