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베네수엘라와 미국 경제

2021-05-1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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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베네수엘라 여자 7달러’라는 현지 광고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베네수엘라는 지금 평균 월급으로는 계란 한 판 밖에 사지 못할 정도로 경제가 붕괴돼 있다. 수많은 여자들이 외국인들에게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교사의 월급이 1달러라고 한다면 이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고도 남을 일이다. 심지어 10대 청소년들까지 거리에 나와 구걸과 앵벌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년전 베네수엘라 전역은 암흑에 휩싸였다. 원래 부족했던 전력이 갑자기 끊긴 것이다. 그러나 북한 공포정치를 능가하는 마두로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스 유니버스 7명, 미스 월드 6명, 미스 인터내셔널 7명 등이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지금은 이들이 살기 위해 브라질, 컬럼비아 등 주변 남미 국가들로 탈출하는 비참한 현실이다.

석유 매장량 국가 1위의 부자 나라였던 베네수엘라는 지금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함께 극심한 경제난으로 굶주린 국민들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절망 속에 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는 석유 수출로 번 돈을 흥청망청 써버린 정치권과 지도층의 부패 때문이었다. 무책임한 퍼주기 경제정책이 멀쩡한 나라를 하루아침에 막장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런 비참한 현실이 어찌 베네수엘라만의 이야기일까. 어느 나라도 정치권과 지도층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같은 꼴이 얼마든지 될 수 있다.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킹 공격을 받아 운영이 중단된 지 벌써 며칠이 되었다. 이로 인해 미 동부 지역에는 연료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고 대응에 나섰는데, 그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일어난 중대 사고가 어찌 다른 나라의 책임인가. 다른 곳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하기 전에 보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몇 주 전에는 에너지 산업이 밀집해 있는 텍사스주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원유 정제시설 등이 가동을 중단하고 난방용 기름 수요와 전기세가 폭증하기도 했다. 지금 미국 전역의 갤런당 개스 평균 가격이 위험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그동안 개스 가격은 경제 회복 기대감 등으로 지난해 겨울 전부터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지난 2주 사이에 갤런당 평균 가격이 벌써 28센트나 올랐다.


미 정부는 코로나에 대한 백신 접종과 함께 국민 경제 지원금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있다. 말하자면 빚잔치 돈 잔치를 요란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지금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미국 GDP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작년 동기대비 6.4% 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자리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인플레이션만 피부로 느껴진다.

천연자원이 많은데도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은 가난해진 베네수엘라를 보면서 미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고 엄청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자원의 역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편하고 배부른 상태로 계속 살다보니 결국 중국 같은 나라에서 만든 저렴한 수입품에 의존하게 되었고, 부자들은 끝없는 돈 욕심에 놀부가 되어가고, 가난한 사람들은 푸드 스탬프나 받고 연명하게 되었다.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라고 해도 천문학적인 돈을 소유하고 있는 부호들이 있는 가하면, 많은 경제적 손실로 좌절하거나 비탄에 빠져 있는 한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오히려 한인커뮤니티만이라도 서로 돕고 하면서 미국사회에 모범을 보여 주면 좋지 않을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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